[충청매일] 막골 움막이 발칵 뒤집힌 것은 그날 정오가 채 되기도 전이었다. 막골 입구를 막으러 갔던 청풍도가 무뢰배들의 급히 돌아와 움막으로 모여들고 뭔가 작당을 하는지 한참을 쑥덕거리더니 뗏꾼들이 기거하는 움막으로 들이닥쳤다.

“봉식이가 어떤 놈이냐?”

“저래유! 왜…….”

뗏꾼들 사이에서 잡담을 하고 있던 봉식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봉식이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부르는지 그 연유를 물어보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말도 마치기 전에 무뢰배들이 봉식이에게 달려들어 묵사발을 내고 있었다. 그래도 힘깨나 쓴다고 소문 자자하던 봉식이도 워낙에 여러 놈이 달려들어 사방에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니 개구도 치지 못했다. 봉식이와 떠들고 있던 뗏꾼들이 말리자 그들에게도 몰매가 쏟아졌다. 무뢰배들은 굶주린 승냥이처럼 사냥감을 물어뜯었다. 그 광경이 얼마나 표독스러운지 뗏꾼들은 감히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흠씬 두들겨 맞고 추욱 늘어진 봉식이를 질질 끌고 무뢰배들은 자신들의 움막으로 갔다. 그러고도 한동안 움막 안에서 봉식이의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뗏꾼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봉식이가 왜 두들겨 맞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모두들 공포에 떨며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본때를 보였으니 뗏꾼놈들 딴 생각은 못할 거여!”

“그런데 뗏꾼놈들이 무슨 낌새를 차렸나? 왜 도망칠 궁리를 했을까?”

“낌새는 무슨 낌새! 아무도 얘길 한 사람이 없는데 그놈들이 그걸 알 턱이 있는가?”

“혹시 남출이 놈이 흘린 건 아닐까?”

“쉿! 입조심해! 누구라도 들으면 워쩔라구 그래. 그리고 그놈이 뭣 때문에 그런 얘길 뗏꾼들에게 하겠는가.”

“하기야 그렇지. 지놈이 지금 하는 일을 뗏꾼들이 알면 지 무덤을 파는 일인데, 그럴 리는 없겠지.”

“그러나저러나 도가에서는 왜 연락이 없는 거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겨?”

“그러게 말여. 양당 간 빨리 결판이 나야할텐데.”

그날 밤 이슥토록 잠이 오지 않는지 청풍도가 놈들이 서로 속닥거렸다.

도사공 상두는 봉식이가 봉변당하는 것을 보며 이미 남출이가 내통자임을 확신했다. 남출이는 상두가 던진 미끼를 자신이 물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었다. 상두는 봉식이가 무뢰배들에게 당한 것을 몇 배로 붙여 반드시 남출이에게 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는 이놈을 어떻게 꼬여내 쥐도 새도 모르게 숲속으로 끌고 갈까를 밤새 궁리에 궁리를 거듭 했다.

“이보슈! 도사공!”

아침을 먹고 나자 청풍도가 무뢰배중 대가리가 상두를 불러 세웠다.

“왜 그러는가?”

“오늘부터는 도사공이 뗏꾼들을 잘 좀 챙겨 보슈! 어제 일도 있고 하니 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사공이 책임지고 살펴보란 말이우!”

무뢰배 대가리는 상두보다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놈이 사뭇 반말 지껄이다.

“알겠소!”

도사공 상두는 그 놈과 두 말도 더 섞고 싶지 않아 잘라 말했다.

“그리고 도사공, 뗏꾼들한테는…… 아, 아니오.”

대가리가 상두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 두고는 제 갈 길로 갔다. 도사공 상두는 그 길로 남출이를 찾아갔다.

“어제부터는 성님이 절 자주 찾습니다요. 그려!”

남출이가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남출이 자네와 긴히 할 얘기가 있어 그런다네.”

“성님이 저와 긴히 나눌 얘기가 뭐래유?”

“자네가 혹 할 얘기라네!”

“혹할 얘기가 뭐래유?”

남출이 놈이 상두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여기는 남들 눈이 있어 곤란하고 다른 데 가서 조용히 얘기하자구!”

도사공 상두가 숲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성님, 뭔 얘긴데 숲속까지 간단 말이유?”

“자네한테 큰 횡재수가 있다네!”

“횡재수요?”

세상에 돈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뜻밖에 돈이 생긴다는 말에 남출이 놈 눈깔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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