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학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더하다. 대학교 한 개가 지역사회에 끼치는 유무형의 영향력이 웬만한 기업체보다 훨씬 낫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방의 대학이 살아야 지역도 산다.

그러나 요즘 지방대학은 죽을 맛이다.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구조개혁 등으로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다. 그저 그런 농촌 소도시의 대학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대학이 지자체와의 상생방안 모색으로 출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충북 영동군과 유원대학교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유원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신청한 ‘2021학년도 입학전형 변경안’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서로에게 생채기 내는 말만 오갈 뿐 상생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변경된 입학전형대로라면 유원대의 내년도 영동본교 입학정원은 140명 줄고, 대신 아산캠퍼스 정원은 140명 늘어난다. 이로써 2016년 입학정원이 190명에 불과하던 아산캠퍼스는 415명으로 불어났고, 2016년 890명에 달하던 영동본교는 감축에 감축을 거듭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460명만 뽑게 됐다.

유원대의 흥망(興亡)이 지역의 성쇠(盛衰)와 직결된다는 판단에 2016년 대학과 상생협약을 맺고 최근 5년간 33억5천여만원의 재정과 13억9천여만원의 연계사업을 지원한 영동군으로서는 배신감을 토로했다. 군은 “더 이상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 의지가 없음을 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대학과 계획된 모든 협력·연계·보조 사업과 용역 및 신규 사업 지원을 중단 및 보류하겠다”고 강경대응도 예고했다.

유원대도 “정원 이전 책임을 대학에만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자체와 대학 간의 정부보조사업, 교수들의 연구영역까지 중단하는 것은 지자체의 행정수준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방대학의 폐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 지자체와 해당 지역 대학들은 공생하기 위한 협력 모델 발굴에 혈안이 돼 있다. 충북도 지난달 도내 대학들과 ‘지자체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지역발전에 적합한 핵심분야가 선정되면 지역 대학들이 해당 분야와 연계한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지역혁신기관과 협업해 과제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공교롭게 유원대도 포함돼 있다.

부산시도 최근 ‘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지원 협의회’를 꾸려 지역대학과의 협력에 나섰고, 경기도 안성시와 시흥시도 관내 대학들과 손을 맞잡고 지역발전 기반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부분 대학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지자체는 자금 지원으로 상생하는 방식이다.

전국 상황이 이렇듯 엄혹한데 영동군과 유원대의 갈등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도시로 캠퍼스를 이전한다고 대학이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을 소중히 여기고 절실히 필요로 하는 소규모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대학을 특성화시키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영동군과 유원대는 지역과 대학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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