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뗏꾼들 한데 모아 이리 끌고 오기 위한 미끼 말이래유!”

“그럼 애초부터 산판은 없었단 말이네?”

“말이래유?”

남출이는 당연한 것을 뭣하러 묻느냔 투였다.

“자네는 그걸 워디서 들었는가?”

도사공 상두가 물었다.

“그거야 뭐…….”

남출이가 그 물음에는 대답을 얼버무리며 딴전을 피웠다. 그러나 뭔가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려고 빼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출이가 상두 얼굴을 슬쩍슬쩍 엿봤다.

“청풍도가 사람들은 갑자기 워디로 간겨?”

도사공 상두가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 사람덜 저기 막골 초입에 갔드래유.”

“거긴 왜?”

“밤에야 호랭이 무서워 가라해도 못갈 터니 지킬 필요도 없고, 낮에만 거기를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꼼짝을 못 하잖우. 그래서 거기로 간다고 하드먼유. 지들도 대가리를 쓰느라 그러는 것 아니겠드래유?”

남출이가 청풍도가 무뢰배들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사공 상두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남출이에게 묻지 않았다. 자꾸 캐어 물으면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새 뗏꾼들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 같구먼.

도사공 상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성으로 미끼를 날렸다.

“뭐가유?”

남출이가 숟가락질을 멈추고 재빠르게 반응을 보였다.

“별 거 아녀!”

도사공 상두가 뜸을 들였다.

“성님! 뭔데 그러드래유?”

남출이가 바싹 다가들며 재촉했다.

“몇몇 떼쟁이가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산판도 그짓말이구, 공가를 배로 준다는 것도 그짓말이라며 수군거리고 있다는구만!”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를 떠보려고 부러 거짓말을 지어 말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대유?”

“혹시 자네가 한 것 아니여?”

“예에? 성님, 누굴 잡을라구 그런 말을 한 대유. 꿈에라두 그런 말 하지 말드래유!”

남출이가 놀라 펄쩍 뛰었다.

“벌써 떼쟁이 몇몇이 작당해서 지들 집으로 갈 모사를 꾸민다고 하던데…….”

도사공 상두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게 참말이래유?”

“참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나도 들은 얘기라.”

“누구한테유?”

“…….”

“누구한테유? 성님!”

도사공 상두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자 남출이는 애가 달았다.

“나도 언찐 들은 애기라 잘못 얘기가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 사람과 척을 질 일 아닌가? 그래서…….”

“성님, 절 못 믿으시우?”

남출이가 비굴하게 매달리며 매달렸다.

“자네야 믿지! 그렇지만 세상 말이라는 게 한 번 뱉으면 어디 비밀이 지켜지던가? 애당초 말을 않는 게 상책이지! 암, 그렇고 말고!”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 애를 태웠다.

“성님, 성님하구 저허구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절 그리 대하니 증말 섭섭하드래유. 지가 지금까지 성님을 친성님처럼 얼매나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성님은 절 공중 생각해왔구먼유?”

남출이가 애원을 하다 읍소를 하다를 되풀이하며 상두 입만 쳐다보았다.

“자네가 하 서운해 하니 하는 수 없네! 그러니 자네한테만 얘기 해줌세! 절대로 아무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되네! 알겠는가? 누구한테도 절대 입을 열면 안 되네!”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에게 두 번 세 번 당부를 했다.

“성님, 걱정 붙들어 매드래유!”

남출이가 상두 손을 꼭 잡으며 약속했다.

“물촌리 봉식이.”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 귀에 대고 말했다.

“봉식이 놈이유!”

남출이가 저도 모르는 사이 봉식이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쉿! 이 사람아, 누가 듣네!”

“알았슈! 성님!”

상두가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으며 입조심을 시키자 남출이도 따라하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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