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성님, 아침 안 자시고 거기서 뭐 해유?”

도사공 상두가 움막 주변을 어정거리고 있을 때, 화덕 앞에서 뗏꾼들에게 밥을 퍼주고 있던 이정골 병수가 불렀다. 밥 때가 되니 모두들 화덕 앞으로 몰려들며 천렵이라도 나온 것처럼 왁자했다.

“난, 여기오니 참 좋구먼. 하는 일도 없이 조석으로 꼬박꼬박 밥주지, 집에 있어봐, 종일 밥은커녕 죽 한 그릇도 애새끼들 주둥이 땜에 거르기 일쑤니…….”

“갇혀있어 몰짜 나기는 하지만 맴은 편하구먼. 게다가 좀만 있으면 떼를 탈 수 있고, 공가도 배나 준다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는가?”

“그나저나 산판은 워디서 벌어지는 거여. 남의 공밥을 거저먹고 있으려니 가시방석이구만!”

“좀이 쑤시긴 허지. 허지만 좀 있으면 산판일 거들며 가욋돈도 벌고, 떼를 타 목돈도 챙기게 되었으니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웃음이 나온다네!”

모두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도사공 상두는 뗏꾼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심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된 선택인 지도 분별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청풍도가에서 약조한 것을 지킨다면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은 뗏꾼들에게 기대감을 떠나 큰 고통을 줄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생계를 넘어 가솔들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맏밭 성두봉이가 보낸 사람들이라 하고, 조카 호상이가 있고, 강수라는 젊은 친구도 악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아 그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 막골에 들어와 청풍 무뢰배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들을수록 미심쩍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러 뗏꾼들이 걸려있는 문제니 함부로 결단을 내릴 수도 없었다. 골머리가 아팠다.

“성님 바가지 안대고 뭘 허슈?”

바가지를 든 채 멍하게 서있는 도사공 상두를 병수가 불렀다. 상두가 머리를 털었다. 그러나 개운하지 않은 생각은 여전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종잡을 수가 없었다.

“도가 사람덜이 많이 안 보이네?”

도사공 상두가 병수에게 물었다.

“모르겠슈. 아까 다른 사람들이 밥을 대신 퍼가지고 갔드래유.”

병수가 대답했다.

막골로 들어온 이후 전혀 없었던 일이었다. 때마다 청풍도가 무뢰배들도 뗏꾼들과 한데 어울려 밥을 먹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많은 수의 무뢰배가 보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밥을 퍼가지고 어디론가 갔다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일인지는 땅찜도 할 수 없었다. 도사공 상두가 바가지를 들고 서서 주변을 살폈다. 그때 밥을 타가지고 오고 있는 남출이가 보였다. 상두가 남출이를 불렀다.

“무슨 일이드래유? 성님이 나를 다 불러주고”

남출이가 다소 어색한 몸짓을 하며 곁에 와 앉았다.

“산판으로는 운제 가는 거여?”

상두가 넌지시 물었다.

“성님도 증말 몰라서 그러는 거래유?”

남출이가 다소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뭘?”

“산판 말이유?”

“떼 타기 전가지 잠시 거들어 달라 해서 올라온 거잖은가?”

“증말 몰렀는가보네. 성님, 떼 타는 뗏꾼이라 아무리 산판일을 모른다 해도 그 말을 믿었단 말이래유? 내원 참!”

남출이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성님, 평생을 여기 살았으면서 여기에 어떻게 산판이 벌어지드래유. 막골에서 벌목을 하면 그 통나무를 끌고 도도고지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나무가 금덩어리라도 누가 그걸 하드래유.”

산판이 벌어지는 벌목장은 강물과 인접해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야만 산에서 옮기는 것도 수월했고 강가에서 엮어 물로 띄워보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골에서 강으로 가려면 도도고지산 꼭대기를 넘어가야하니 돌보다도 무거운 통나무를 끌고 강가까지 간다는 것은 차라리 처녀보고 애기를 낳으라는 것이 더 수월했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그건 미끼였지유!”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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