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렇지만 지금 상태에서 내가 어쩔 수 있겠는가? 뗏꾼들이 날 믿고 따라왔고 불안해하면서도 이제 곧 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잔뜩 품고 있어 참고 있는 사람들한테 뭘 어떻게 하겠는가?”

도사공 상두도 몹시 난처한 모양이었다.

“도사공 어른, 절대로 청풍도가 놈들은 처음 한 약조대로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북진여각에서는 뭘 해줄 수 있는가?”

그건 도사공 상두 말이 맞았다. 청풍도가에서 무슨 모사를 꾸미고 있는 줄 알아야만 거기에 맞춰 대책을 내놓을 텐데 그걸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도사공도 청풍도가에서 뗏꾼들에게 약조한 조건만 알고 있지 더 이상 내막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문제였다. 지금 영월 맏밭의 성두봉 객주나 심봉수 객주나 북진여각의 최풍원 대행수도 강수가 청풍도가의 속셈이 무엇인지 그 내막을 알아내 오기를 고대하고 있을 터였다. 영월 맏밭에서도 도사공 상두만 만나면 모든 내막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도사공 상두를 만났지만 그에게서도 더 이상 다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성 싶었다. 난감했다.

“그 내통자 놈을 잡는다면, 혹여 알 수 있지도 않겠드래유?“

길잡이 호상이가 뗏목꾼들을 염탐하는 밀고자를 잡자고 했다.

“내통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잡았다 하더라도 그 놈이 그걸 알고 있느냐도 문제고, 잡은 다음에 어떻게 여기가지 끌고 오느냐도 문제고, 설령 이 모든 게 다 이워졌다고 해도 그 놈을 풀어줘야 할 텐데 그 놈이 움막으로 가서 도가 놈들한테 입을 가만히 두겠소? 그렇게 되면 모든 일이 수포요!”

조목조목 따지는 강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것도 문제가 첩첩산중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 있드래유? 우선 한 가지씩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다보면 뭔 답이 나오지 않겠드래유?”

“이러다 산 속에서 뿌리지도 않은 아들 보게 생겼슈!”

“죽든 살든 첨서부터 확 밀고 들어가 결단을 내자니까, 무슨 묘안을 짠다고 일을 이 지경으로 한단 말이유?”

상의를 해보자는 호상이의 말에 동몽회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너희들은 입 닫고 시키는 일만 하거라! 지금은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형씨 말대로 해봅시다.”

강수가 동몽회원들에게 엄명을 내리고, 길잡이 호상이에게 물었다.

“뭣보다 내통자부터 찾는 게 우선 아니겠드래유? 아제 혹시 집히는 사람이 없드래유?”

호상이가 상두에게 물었다.

“우리 중에서 누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겠냐?”

도사공 상두는 아예 그런 의심조차 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래도 아제, 여러 정황을 따져 잘 좀 생각해 보드래유. 분명 집히는 놈이 있을꺼구먼유.”

하고 싶지 않아 자꾸 뒤로 빼는 아제 상두를 조카 호상이가 채근했다.

“그것 참! 우리가 얼마를 같이 살아온 동향 사람들인데…….”

“도사공 어른, 그 한 놈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놈을 잡아내는 것이 여러 뗏꾼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혹시 여기로 올라온 이후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없습니까요?”

다시 강수가 상두를 설득했다.

“여기 올라와서 나는 죽 도가 무뢰배 움막에서 지냈으니 잘 모르겠고, 여기 올라오기 전에 동네에서도 제 잇속을 차리며 약빠르게 처신하던 놈이 있긴 했지.”

“아제, 그게 누구래유?”

“아마 너두 알걸! 남출이 말이다.”

“복시미 사는 남출이 말이래유?”

“그래, 그 남출이!”

“맞어유 남출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만 허지유!”

상두의 말에 호상이도 맞장구를 쳤다.

복시미는 가수리에 있는 자연부락이었다. 가수리 대부분 마을들이 밭뿐인데 복시미는 강가를 따라 논이 좀 있어 복 받은 동네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 이름의 유래 때문인지 복시미는 가수리 다른 곳에 비해 그래도 좀 잘사는 마을이었다. 그 복시미에 뗏꾼 남출이가 살고 있었다. 남출이도 여적지 떼를 탔던 지라 동강에서는 뗏꾼으로 꽤나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뗏꾼들 사이에서는 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아마 남출이가 떼를 몰다 여울에서 돼지우리를 쳐도 죽거나 말거나 건져줄 동료들이 별반 없을 것이었다. 다른 동료들이 남출이를 그리 여기는 것은 남 생각하지 않고 제 잇속만 챙기는 그 놈의 욕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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