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가 그놈들과 한 움막에 기거하며 지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니 우리 뗏꾼들을 이용해서 무슨 모사를 꾸미는 것 같구먼!”

“모살?”

“무슨 모사를 부린단 말입니까?”

“며칠 전 밤에 내가 잠든 줄 알고 두 놈이 속닥거리는 걸 들었거든. 그런데 그놈들 하는 말이 도가에서 목상들을 만나 담판을 지을 때까지는 뗏꾼 놈들 하나도 도망치는 놈이 없게 잘 감시해야 한다는 거여.”

“목상들과 담판을 짓는다고 했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분명 그렇게 말했다네!”

“청풍도가에서 목상들과 뭔 담판을 짓고, 담판을 짓는다면서 뗏꾼들을 왜 가둬둔다는 말입니까?”

“나도 그걸 잘 알지 못하겄네.”

“그리고 다른 이야기는 들은 것이 없습니까?”

강수가 상두에게 바싹 다가들며 물었다.

“나한테 붙어있던 놈이 지 혼잣말로 무심코 지껄이다 그러는 거여.”

“뭘요?”

“도가에서 연락이 와야 하는데 일이 잘못 돼가나 자꾸 늦어진다고, 그러면서 일이 틀어지면 뗏꾼들과 약조한 것도 모두 물거품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뗏꾼들도 들고 일어날 테고 이러다 맞아죽게 생겼다고. 그래서 내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심코 지껄이다 깜짝 놀라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지금 자기가 한 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쐬기를 박지 뭔가.”

“아제, 도대체 청풍도가에서 꾸미고 있는 짓이 뭐래유?”

호상이가 상두와 강수를 번갈아 보며 물었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구먼!”

갑자기 상두가 막골로 올라온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일이래유?”

“뗏꾼들 움막에서 있었던 일을 저놈들이 다 알고 있어. 며칠 전에도 몇몇 뗏꾼들이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대로 마냥 기다리기만 할 거냐고 선동을 했는가벼. 그런데 그걸 저놈들이 어떻게 알고 갸들을 잡아다 매를 치고 치도곤을 했구먼. 얼마나 두들겼는지 모두들 겁을 먹고 말도 제대로 못해. 더 큰 문제는 뗏꾼들끼리도 서로 못 믿어 아무 말이나 막 못해. 갇혀있는데다 말도 시원하게 못하니 답답해 죽을 지경인지.”

“그놈들이 서로 움막도 따로 쓰는데, 어떻게 뗏꾼들 움막에서 일어나는 일을 안다는 말이래유?”

“형씨, 그야 뻔하지 않겠소?”

호상이 말에 강수가 당연한 것을 뭘 묻느냐는 투로 되물었다.

“뭐가 뻔하다는 거래유?”

“내통자가 있는 거지요!”

“내통자?”

“그렇지 않고야 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딴 움막에 있는 뗏꾼들이 한 얘기를 알 수가 있단 말입니까?

강수는 뗏꾼들 중에 분명 내통자가 있다고 확신했다.

“같은 고장에서 평생 함께 떼를 타며 생사고락을 같이 한 사람들인데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건 인간도 아니지!”

도사공 상두는 강수의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는 달라도 강물 위 뗏목에서 만나 피붙이보다 가깝게 지내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내통자가 있다는 것을 상두는 믿고 싶지 않았다.

“도사공께서 눈여겨 그들을 한 번 살펴보셔요. 반드시 내통자가 있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도사공 어른, 청풍도가 놈들이 분명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 저놈들이 워낙 다급하니까 선돈까지 주며 호의를 베풀지만 일이 성사되고 나면 반드시 본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뗏꾼들에게 유리하게 일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가?”

“지금은 북진여각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도 한때 청풍도가 김주태 밑에서 무뢰배 짓을 하며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못할 짓을 했던 놈입니다. 김주태는 공돈은 물론 절대로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그런 인간이 아닙니다. 선돈을 줬다는 것도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을 부려먹고도 주는 돈이 아까워 갖은 흠을 잡아 깎는 놈이 그 놈인데 선돈을 줬다는 것은 지금 그 놈이 무척 곤란에 처해있다는 증거입니다.”

강수가 어떻게 하든 도사공 상두를 청풍도가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김주태의 행태를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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