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의원

[충청매일]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독단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 자격을 갖춘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능력을 발휘할 때 그 집단은 빛을 발한다. 이럴 때 자주 인용되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잘못 되었을 때 비아냥거리는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말이 더 유명할 정도로 인사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은 단체나 직장에서도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중요한 일인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결국 용인(用人)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말은 쉬워도 마땅한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모든 것에 완벽했을 공자(孔子)도 선입견으로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고 후회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사의 중요성을 말한 이 성어는 공자가 제자를 평하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공자의 제자 자우(子羽)는 얼굴이 매우 못생겼던 모양이다. 처음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공자가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우는 이후 학문과 덕행을 닦는데 힘쓰고 공사가 분명하게 일을 처리해 따르는 제자가 300명이나 됐다고 한다. 재여(宰予)라는 제자는 언변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낮잠을 자다가 공자에 혼나기도 하고 삼년상이 길다고 주장했다가 꾸중을 들었다. 천성이 게을러 ‘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 수 없다(朽木不可雕/후목불가조)’고 까지 지적했을 정도다. 뒷날 공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말로 사람을 골랐다가 재여에 실수했고, 외모로 사람을 보았다가 자우에게 실수했다(吾以言取人 失之宰予 以貌取人 失之子羽/오이언취인 실지재여 이모취인 실지자우).’ ‘사기(史記)’의 중니제자(仲尼弟子)열전에 실려 있다. ‘논어(論語)’에도 ‘군자는 말을 보고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다(君子 不以言擧人/군자 불이언거인)’란 구절이 위령공(衛靈公) 편에 나온다.

용모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사람을 고르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사람을 겉보기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공자도 제자를 고를 때 실패한 걸 고백한 것처럼 겉보기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 즉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다 갖춘 사람은 어쨌거나 행운아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옛날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마음씨, 솜씨, 맵씨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에 사람의 마음씨는 그 어느 꽃이나 비단결보다 고운 것이고, 솜씨가 좋으면 소박을 맞지 않고, 맵씨가 좋으면 사람의 눈과 귀를 끊임없이 즐겁게 하니 그저 외모만을 좇으면 그 유효기간은 반년을 넘지 못한단다.”였다.

친척이나 원수나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인재를 추천하여 친구불피(親仇不避)란 말을 남긴 진(晉)나라 대부 기황양(祁黃羊)은 대공무사(大公無私)의 표본이다. 인품만 보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맡긴다는 임인유현(任人唯賢)이란 말도 같다. 임현물이(任賢勿貳)라고 맡기고 난 뒤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주라는 말도 명심할 일이다. 그렇다고 등용하고 난 뒤 잘못이 드러나고 모두들 욕하는데도 그냥 직무를 맡긴다면 그것 또한 나라를 길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겉보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를 떠나 내면의 아름다움이나 실력을 볼 수 있어야 단체나 국가가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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