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뗏꾼이야 떼나 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이래 해야 한다 저래 해야 한다 간섭하는 게 많아지는 거여.”

“그게 뭡니까?”

“사사건건 뗏꾼들 일에 참견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어디 출타하는 걸 아주 비상으로 여기는 거여! 사람이 살다보면 이웃마을에 갈 일도 있고, 다른 먼 마을을 댕겨올 일도 생기는 거 아녀? 그런데, 그런 데를 다녀오면 뭐 땜에 갔느냐, 가서 뭘 했느냐, 누굴 만났냐 꼬치꼬치 묻는 거여. 그리고 나중에는 누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혼자 가지 못하게 하고 꼭 짝을 지어 갔다 와야 한다는 거여.”

“왜 그런겁니까?”

“그땐 왜 그러는지를 몰렀지. 그래서 뗏꾼들이 우릴 도둑놈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뭐냐며 반발을 했지. 또 어떤 뗏꾼들은 드러워서 못해먹겠다면서 받은 돈을 게워내고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러자 이놈들이 돌변했어. 엄포를 놓고, 억압을 하고 완력으로 겁을 주며 그만 두겠다는 뗏꾼들을 호달구는 거여. 그런데 강물에 목숨을 걸고 사는 뗏꾼들도 깡다구를 부리면 만만찮지.”

“그래 붙었나요?”

“어디! 뗏꾼들이 한데 뭉쳐 들고 일어나자 그놈들이 수그러들었지. 수그러들기는 들었는데…….”

도사공 상두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왜, 무슨 일이 또 벌어졌답니까?”

강수가 물었다.

“그놈들이 날 찾아왔어.”

“왜요?”

“와서 하는 말이, 내가 앞장서서 뗏꾼들을 모두 모아달라는 거여. 그래 모아서 뭘 하려 그러냐고 물었더니 우리 뗏꾼들한테 좋은 일이 있다는 거여. 그래서 내가 뭔 좋은 일이냐고 다시 물었지. 그랬더니 도도고지산에 자기들 산판이 있는데, 거기 가서 떼를 타기 전까지 일을 도와주면 품삯을 주겠다는 거여.”

“아제, 도도고지산은 벌목할 수 있는 곳도 못되고, 뗏군들이 벌목장에 가 뭔 일을 한다구 그래유?”

길잡이 호상이가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며 상두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두 그랬지. 도도고지산에 무슨 벌목장이며, 뗏꾼들이 벌목장에 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고 그랬지.”

“그랬더니 뭐래유?”

“그랬더니 나라에서 급히 대궐을 짓는데 필요한 목재를 조달하기 위해 비밀리에 하는 일이라 민간에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겨. 그리고 이 얘기는 뗏꾼들 외에는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겨. 그리고 뗏꾼들은 거기 가서 잡일만 조금 거들어주면 되니 위험할 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겨.”

“그래서 아제가 앞장을 서서 뗏꾼들을 데려갔다고 그러는거구먼유?”

“동네에는 그렇게 소문이 났겠지. 그래서 내가 동강 일대 뗏꾼들을 찾아다니며 그 얘기를 전했지. 뗏목을 탈려면 아직 날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 사이에 벌목장 가서 돈이나 벌자고 설득했지. 뗏목꾼들도 선돈을 받아놓은 것에 또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긴다니 집에서 허송세월하며 밥만 축내느니 그게 좋겠다며 모두들 좋아했지. 그래서 여기로 오게 된 거여.”

도사공 상두가 도도고지산 막골가지 들어오게 된 연유를 말했다.

“여기 들어와 보니 산판은커녕 오도가도 못 하는 막골이라는 걸 뗏꾼들도 알았을 거 아니래유. 그래, 뗏꾼들이 가만이 있드래유?”

호상이가 막골로 들어온 이후 뗏꾼들의 분위기를 물었다.

“처음에야 영문을 모르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이래 놀어도 준다는 돈을 주겠거니 하고 잠자코 있었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무 하는 일도 없고,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으니 조바심들이 나기 시작한 거여.”

“그랬겠지유.”

“그런데 난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거여.”

“무슨 말을 할 수 없다는 거래유?”

“여기 막골로 올라오자마자 저놈들이 나는 자기들과 한 움막을 써야한다는 겨. 그래 저놈들과 한 움막을 쓰다 보니 저놈들이 은연 중 하는 말들을 이것저것 주워듣게 된 거여.”

“뭔 얘기를유?”

“그놈들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부터 산판은 있지도 않았구, 우리 뗏꾼들을 여기 가둬놓기 위한 술수였어.”

“뭣 때문에 뗏꾼들을 여기 심심산골에 가둬둔다는 말이래유?”

“참 이상하네요. 선돈까지 줘가면서 뗏꾼들을 여기에 가둬둔 이유가 뭡니까?”

호상이도 강수도 정말 그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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