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도사공 어른, 청풍도가와 어떤 약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놈들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뭘 어떻하겠는가. 어차피 한 약조니 기다려봐야지.”

“그러지 말고 청풍도가와 무슨 약조를 했는지 말씀해주시고 저희와도 한 번 얘기를 나눠보시지요?”

“나와 뭔 얘기를 하자는 말인가?”

“얘기를 들어보고 더 좋은 조건이라면 저희와 손을 잡으시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불한당 같은 자네들을 어찌 믿는가?”

“성 객주님과 호형호제한다니, 성 객주님을 믿는다면 저희들도 한 번 믿어보십시오!”

강수가 성두봉 객주를 내세워 도사공 상두를 설득했다.

“아제, 지가 아제한테 덕 본 게 얼마인데 설마 아제한테 해되는 일을 한 대유. 지가 이적지 아제 말 거역한 적 있어유?”

길잡이 호상이도 아제인 상두를 설득했다.

“청풍도가에서 어떤 약조를 했는지 몰라도 청풍도가는 몹시 난처한 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급하니까 매우 호조건을 제시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청풍도가 형편에서는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없을 겁니다!”

“지금 청풍도가 형편이 어떻다는 말인가?”

청풍도가 형편이 몹시 좋지 않다는 말에 도사공 상두가 반응을 보였다.

“한양에 공납해야 할 물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풍관아에서 빼간 환곡까지 채워 놓라고 부사가 독촉하고 있어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아마도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지금의 막다른 길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다급한 놈이 무슨 감언이설은 못하겠습니까?”

지금 청풍도가가 처한 형편이 그러하기는 했지만, 강수는 좀 과장을 해서 상두에게 전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도사공 상두가 무슨 말인지 혼잣말을 하다 멈췄다.

“아제, 그 사람들이 뭘 어쩠드래유?”

길잡이 호상이가 아제 상두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도사공 어른, 우리 북진여각에서는 최소한 약조한 것을 어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 여각에서 영월 사람들에게 어찌 해왔는지는 도사공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강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두를 흔들었다.

“그렇다면 이거 하나만 약조해주게! 구월 장마 때 우리 동강 뗏꾼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몽땅 얘기해주겠네.”

도사공 상두가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 달포 전이었다네. 청풍도가에서 왔다며 김주태라는 사람이 일행을 끌고 여까지 올라왔다네.”

“김주태가 직접 올라왔단 말이지요?”

“그렇다네!”

“김주태가 어지간히도 똥줄이 탔는가보네요. 그래 뭐라든가요?”

“김주태가 나를 찾아와 하는 말이, 내게 영월 골안 떼꾼을 몽땅 모아달라는 거여. 그래 떼꾼을 모아 뭘 하려 그러냐니까 일단 모아주면 모든 떼꾼들에게 각각 닷 냥씩 주겠다는 거여.”

“아무 이유도 없이 돈을 준다고 그랬단 말이지요?”

“그렇다네. 그래 나도 이상해서 한 일도 없는데 무슨 돈을 주느냐고 했더니 구월 장마 끝나고 나면 몰 공가에 대한 선돈을 미리 주겠다는 거여. 이제까지 평생 떼를 몰았어도 선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요상스럽기는 했지. 그러지만 때가 때인지라 모두들 한 푼이 새로우니 바로 돈을 준다니까 모두들 혹해서 그 돈을 받았다네. 게다가 공가도 우리가 지금까지 받던 돈의 배를 준다고 그러는 거여.”

“공가로 선돈 닷 냥씩 받았다는 말이군요. 거기에다가 공가도 배로 준다하고. 그런데 산에는 왜 들어와 있는 겁니까?”

강수는 뗏꾼들이 산속에 들어와 있는 이유를 물었다.

“내 얘기를 들어봐. 처음에는 공가 몫으로 돈을 준다고 했지. 그런데 돈을 주며 앞으로는 절대 청풍도가 외에 다른 목상들 떼를 타면 안 된다는 거여. 만약 그렇게 하면 당사자는 물론 다른 떼꾼들까지 몇 배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는 거여. 그리고 청풍도가에서도 자기들과 약조한 떼꾼들에게만 떼를 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거여. 떼꾼들 입장에서야 선돈에다 일거리까지 고정적으로 생기게 되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하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모두들 수결을 했지. 그런데 돈을 받고 수결을 하고 나자 자꾸 이상해지는 거여”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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