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신의도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일 때 지켜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청풍도가는 지금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강수가 도사공 상두를 설득했다.

“내가 그쪽들 하는 짓거리를 보니 누굴 욕하구 자시구 할 그럴 입장은 못 되는 것 같네. 조카를 시켜 아제를 속여 먹게나 하고, 그게 할 짓인가? 내 보기엔 겨 묻은 거나 똥 묻은 거나 그게 그것이네!”

“아제 그기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드래유.”

“아무리 피치 못할 사정이 있드라두 지 아제를 그러는 놈이 워디 있겄냐. 아제한테도 그러는 놈이 남한테는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

도사공 상두는 조카 호상이의 변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보쌈을 당한 일, 그것도 조카가 함께 작당을 해서 자신을 그리 한 것에 대해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도사공 어른, 아까는 놈들 움막이 가까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리 한 것이니 조카를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그러니 노여움을 푸시고 제 말씀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강수가 다시 상두를 설득했다.

“아제 지가 우째 아제한테 해코지를 할라구 그랬겠드래유. 대방 말처럼 사정 얘기나 들어보고 지를 혼내도 늦지 않겠드래유?”

호상이도 상두에게 사정했다.

“흐음, 그럼 얘기나 들어보자!”

상두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도사공 어른, 북진여각이라고 들어는 보셨는지요?”

“두봉이한테 수차 들어서 알고 있네. 그리고 몇 해 전 영월 사람들이 굶을 때 거기서 곡물을 대둬 큰 덕을 본 것도 알고 있네. 그런데 오늘 일을 보니 거기도 그리 좋은 사람들인 것 같지는 않으이.”

상두가 일침을 놓았다.

“도사공 어른! 죄송스럽습니다. 많이 놀라셨겠지만 제 말씀을 들어보시면 모든 걸 수긍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강수가 거듭해서 상두의 노여움을 풀기위해 애를 썼다.

“알겠네. 말이나 들어봄세!”

도사공 상두가 풀어지며 강수에게 이야기를 해보라 했다.

“실은, 지금 청풍도가와 우리 북진여각 사이에 상권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사공께서도 아시다시피 청풍도가는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행세를 해온 상인 집단이고, 우리 북진여각은 그에 비해 약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여러 해 동안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 애쓰며 힘을 축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름대로 청풍도가 버금가는 상권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한 집안에 어른이 둘 일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장사 역시 한 지역에 대가리가 둘 일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장사는 이권이 걸려있는 일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 북진도가 상권이 점점 커지니 청풍도가에서도 우리를 죽이려고 갖은 술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 기회에 청풍도가와 한 판 붙어 힘을 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내게 이런 짓을 한 겐가?”

“청풍도가와 한판 붙으려고 우리 북진여각에서도 여러 묘안을 짜내 일을 도모하던 중 성두봉 객주님 기별을 받고 급히 올라온 것입니다.”

“두봉이가 왜?”

“청풍도가에서 사람들을 보내 영월 일대 뗏꾼들을 데리고 산판으로 갔다하고, 영춘에서도 떼가 내려오지 않는다 하니 성 객주께서 여각으로 기별을 했나 봅니다. 그래서 올라온 것입니다. 그리고 올라와보니 도사공께서 앞장서 뗏꾼들을 모으고 도도고지산으로 들어갔다 해 여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강수가 도도고지산까지 오게 된 연유를 말했다.

“그럼 내가 뗏꾼들을 왜 여까지 데리고 왔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겠구먼.”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걸 얘기하려면 청풍도가와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그걸부터 얘길해야 하는데, 그건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신의문제와 뗏꾼들 밥줄이 걸려있는 문제라 얘기해 줄 수가 없네!”

도사공 상두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제, 아까는 절 만나 빨리 산을 내려가라 하지 않았드래유? 그렇다면 아제도 지금 청풍도가와 뭔가 뒤틀어졌기에 그러는 것 아니래유?”

호상이가 상두에게 따져 물었다.

“나 하나 신의가 깨지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나를 따라온 뗏꾼들 일거리가 날아갈까 그게 걱정인거지.”

도사공 상두가 걱정하는 건 일신상 불이익이 아니라 자기로 인해 다른 뗏꾼들이 피해를 입을까 그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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