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도사공 상두는 길잡이 호상이가 이끄는 대로 추호의 의심도 없이 따라갔다. 하기야 조카가 아제를 속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상아, 저놈들 눈을 피해 기회를 봐서 빨리 이곳을 뜨거라!”

움막에서 떨어져 숲이 가까워지자 상두가 조카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왜유, 아제?”

“연유는 묻덜 말구 내 이르는 대로 하그라!”

“그럼, 아제두 지하구 한양 가드래유.”

“난 못 간다!”

상두가 잘라 말했다.

“왜유?”

“그건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뭔 일이래유?”

“…….”

조카인 호상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연거푸 물었지만 상두는 묵묵부답이었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상두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호상이와 동몽회와 손발을 맞춰놓았던 숲 가까이까지 다가서고 있었다.

“실은 아제…….”

호상이가 상두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숲에서 튀어나온 동몽회가 한 명은 손으로 상두 입을 틀어막고, 또 하나는 상두 두 다리를 들고는 번개같이 숲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재갈을 물리고 보쌈을 해 대방 강수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상두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을 갑자기 당하자 저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붙잡혀갔다.

“대방, 도사공을 잡아왔습니다요!”

“도가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했겠지?”

“여부가 있슈?”

동몽회 녀석들이 득의만만해했다. 그 옆에서 길잡이 호상이는 보쌈을 내려다보며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보쌈을 열고, 재갈도 풀거라!”

강수의 명령에 동몽회가 서둘러 보쌈을 풀었다. 도사공 상두가 보쌈에서 나왔지만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상두는 영문을 모른 체 잡혀와 얼이 빠져있었다. 그래도 눈빛은 살아 조카인 호상이를 응시한 체 까닭을 묻는 눈치였다.

“아제, 실은…….”

“재갈도 풀어 드리거라!”

호상이가 상두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자 강수가 동몽회에게 다시 명령했다.

“도사공 어른,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이런 무례를 저질럽습니다요. 자초지종은 이제부터 말씀을 드릴 터이니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강수가 예를 갖춰 공손하게 말했다.

“이게 뭔 짓들인지, 호상이 네가 말해 보거라!”

상두가 호상이에게 성질을 내며 답하라고 재촉했다.

“아제, 역정을 거두시구 제 말씀 좀 들어 보시래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영월서 지가 대리구 온 사람들인데 절대 아제한테 해를 끼칠 그런 사람들이 아니래유. 그리구 이 사람들은 지금 여 산판에서 벌어지는 일이 뭔지, 그리구……어쨌든 아제 지가 아제한테 잘못했구만유!”

“도사공 어르신, 제가 자초지종을 상세히 말씀 올리겠습니다요.”

길잡이 호상이가 분노한 도사공 상두 표정을 살피며 횡설수설하자 대방 강수가 자신이 이야기하겠다며 나섰다.

“저희는 북진여각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지는 동몽회 대방 강수라고 합니다. 도사공 어른, 영월 맏밭나루 성두봉 객주님 아시는지요?”

“……”

“우리 아제하고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래유!

강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호상이가 했다.

“실은 성 객주께서 지들을 불러 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두봉이가 왜?”

그제야 도사공 상두가 말문을 열었다. 강수가 성두봉 객주가 영월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과 누군가 골안 뗏목꾼들을 모두 몰고 산판으로 갔다는 일, 그래서 용진나루에 뗏목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일 등 지금까지의 일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도사공께서 청풍도가 놈들과 함께 영월 동강 일대 뗏꾼들을 몽땅 데리고 갔다는데 무슨 일인지 그게 알고 싶습니다.”

강수가 도사공에게 상두와 청풍도가 사이에 어떤 사전 약속이 있었는지 그것을 대놓고 물어보았다.

“그건 그들과 나 사이에 신의 문제고, 무엇보다도 우리 뗏꾼들 밥그릇이 달려있는 문제라 얘기할 수 없네!”

도사공 상두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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