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이미연 작가 개인전 ‘산, 섬, 두더지’ 展

왼쪽부터 이미연 作 ‘Engadin Woods #29’, 이미연 作 ‘Engadin Woods #31’.
왼쪽부터 이미연 作 ‘Engadin Woods #29’, 이미연 作 ‘Engadin Woods #31’.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충북도와 청주시의 박물관(미술관)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이미연 작가의 개인전 ‘산, 섬, 두더지’ 展을 오는 12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전시 중에 ‘말을 거는 몸’, ‘오늘의 풍경’을 주제로 교육과 문화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이미연 작가의 개인전 ‘산, 섬, 두더지’라는 제목은 작가가 이주하며 머물렀던 곳을 상징한다. 개인적인 사유로 스위스의 시골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산에 오르고 그림을 그리는 단조로운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오롯이 만나게 되는 대자연과 그것의 소소하고 낯선 일상을 마주하면서 성찰하게 되는 장면이 담겨있다.

스위스에서 비롯된 ‘산’에 이어 ‘섬’은 한국에서 고향의 풍경을 의미한다. 고향 변산의 풍경은 스위스와 대조되는 풍광을 갖기에 정서적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두더지’는 벨기에를 말하는데, 이주민 경험을 통해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이방인의 시선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Engadin Woods’ 시리즈 작품에는 곧게 수직으로 뻗은 나무숲이 화면 가득 그려져 있다. 이 숲의 주인은 견고하게 서서, 그 땅을 지켜온 나무들이며, 인간은 조심스럽게 스쳐지나가는 손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단숨에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는 거대한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그 숭고함의 미학을 표현했던 것처럼, 이미연의 회화에서도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이 갖게 되는 두려움과 놀라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작가는 “나는 진정한 황야의 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삼일동안 3천미터 높이의 산들을 넘고, 그 산의 계곡, 빙하를 건너며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는, 거대한 자연 안에 던져진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연약한 꽃, 굳건한 나무, 다 제각각인 나무 가지와 표면과 그것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숲속 등 작가는 자연에서 부분과 전체를 읽어낸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원근을 강조하지 않은 회화지만, 작가의 풍경을 볼 때 그림 속의 인물로서 나무를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여 꽃을 내려다보며, 숲속의 철길을 따라가 보게 된다.

상대적으로 좀 더 인위적인 풍경, 건축물, 평화로운 풍경 등을 그린 벨기에에서의 작품에서는 인간을 압도하는 대자연의 위협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들에서도 기운 생동하는 자연과 사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개인적 이유로 머물게 되었던 특정한 지역에 대한 기록이지만, 낭만적인 이국 풍경이 아니다. 인간이 환경을 체험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소란스러운 미술동네에서 벗어나 바라볼 때, 여전히 남는 미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산, 섬, 두더지’展은 자연과 일상의 성찰을 제안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교육프로그램 ‘말을 거는 몸’(12일까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시를 감상한 후 회화 작품의 평면성 탐구하기 등 재미있는 재료로 단순화된 화면의 추상성을 살펴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5명 이내 마스크 착용 상태로 안전수칙하의 진행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워크북 발송 서비스도 진행한다.

‘오늘의 풍경’ (7일까지)은 모든 관람객 참여가 가능하고 주변을 새로운 풍경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전 예약 필수이며 참가비와 재료비는 무료이다.

이미연 작가는 ‘School of Visual Arts’(뉴욕) 순수미술 학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과 벨기에, 프로리다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전시문의 ☏043-236-6622, moms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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