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저 아제가 상두 아제래유.”

길잡이가 움막 앞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을 가리켰다. 아침거리를 준비하느라 그러는지 움막 앞에 걸은 솥단지에 불을 지피고, 한 머리는 물을 길어 나르며 움막 주변이 매우 부산해보였다. 청풍도가 무뢰배들도 어제와는 달리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저기 도사공에게 접근해서 이쪽으로 꾀어볼까?”

“그러다 들키면?”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하니, 도사공은 내가 무뢰배인 줄 알 테고 도가놈들은 뗏꾼으로 알 테니 들킬 염려는 없지 않겄냐?”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해! 만의 하나 도가놈들 중에 네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낭패 아니냐?”

“너도 대방 닮아가냐. 그렇게 앞뒤 재다 오늘밤도 여기서 개 떨듯 떨래?”

“그래도 대방이 절대 들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으니 좀 더 궁리를 해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

“어이구 참! 뭐가 그리 복잡허냐?”

“차라리 내가 가는 게 낫지 안겠드래유?”

“길잡이 당신이?”

“그렇지 않겠드래유. 내 얼굴을 모르니 도가 사람들도 내가 뗏목꾼인 줄 알 테고, 영월사람들도 내가 떼를 타러왔나 보다 하지 않겠드래유. 그리고 아제도 날 의심하지 않을테니 내가 가는 게 십상이지 않겠드래유?”

“그래, 가서 어떻게 할려고 그러슈?”

“아제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가서 얘기를 들어보는 게 우선 아니겠드래유?”

“우리 얘기는 절대 하지 마슈!”

“여부 있겠슈?”

“어떻게 하든 여기로 데려오슈!”

“알것드래유.”

대답을 마치자마자 길잡이가 움막 쪽으로 향했다. 길잡이는 부산하게 오가는 사람들 속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오가는 사람들도 길잡이를 달리 보지는 않았다. 길잡이가 주변을 살피며 도사공 상두를 향해 다가갔다. 상두는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지 가라앉은 표정으로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길잡이가 상두를 불렀다.

“아제!”

“호상이 아니더냐?”

길잡이의 부름에 상두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누구슈?”

“우리 친족 조카요.”

상두 옆에 붙어있던 사내의 물음에 상두가 대답했다. 아마도 상두를 감시하는 청풍도가 무뢰배인 듯했다. 그놈은 쌍심지를 켠 체 의심스런 눈초리로 길잡이를 훌터보았다. 길잡이가 상두를 가운데 두고 옆에가 앉았다.

“아제 산판에 간다더니 왜 여기에 와 있드래유?”

길잡이가 물었다.

“이제 곧 산판이 벌어질 게다. 조카두 일하러 왔는가 보구나.”

상두가 대답을 하면서 눈을 꿈적꿈적거렸다. 옆에 있는 놈을 조심하라는 눈치였다.

“저도 산판에서 목돈 좀 마련해서 내려갈래유!”

길잡이의 말에 건너 앉아 있던 무뢰배가 피식 웃었다.

“그래야지!”

상두가 맞장구를 쳤다.

“아제, 실은 내가 여기로 올라올 때 아주머이가 아제가 잊고 갔다며 산중에서 밤중에 추울꺼라며 옷을 보냈는데 저 움막에 갔다놨더래유. 한 번 입어보실래유?”

길잡이가 상두에게 눈을 찡끗하며 뗏꾼들 숙소인 옆 움막을 가리켰다. 상두도 눈을 찡끗찡끗했다.

“이보드래유! 마누라가 옷을 보냈다는데 한 번 입어보구 와도 되겠슈?”

상두가 옆에 있는 무뢰배에게 물었다.

“그렇게 하슈!”

“고맙드래유!”

“뗏꾼들에게 쓸데없는 입은 놀리지 마슈!”

뗏꾼들이 기거하는 움막으로 가는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무뢰배가 엄포를 놓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드래유!”

상두가 뒤돌아보며 무뢰배를 안심시켰다.

“조카를 만났으니 오랜만에 회포나 풀고 천천히 놀다 오슈!”

무뢰배가 인심 쓰듯 말했다.

상두와 길잡이가 잰걸음으로 무뢰배의 시선을 피해 움막을 벗어났다.

“아제, 어디 한적한데 가서 얘기 좀 해유.”

“그래 나도 그럴 참이다.”

“동네 사람들도 없는데 가서 얘기해유.”

“그러자구나.”

길잡이는 뗏꾼들의 눈을 피해 움막과 떨어진 숲 쪽을 가리켰다. 동몽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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