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북 영동군은 요즘 어수선하다. 유원대학교 영동본교의 신입생 정원 이탈 때문이다. 최근 유원대는 2021년도 입학정원을 영동본교에서 140명 줄이는 대신 아산캠퍼스에 140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

영동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교가 학생 정원을 줄인다니 지자체나 주민들 입장에선 분명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니다. 영동지역 사회단체는 즉각 대학 측을 성토하는 현수막을 학교 주변에 내걸었다. 대학을 찾아가 항의하고, 지역과의 상생발전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지역 사회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려 주민 2만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정원 감축 철회 건의문과 함께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하며 도움도 청했다. 영동군도 대학 측과 상생방안을 놓고 협의하고 있지만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유원대는 사실 오래 전부터 ‘탈 영동’을 추구해왔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영동과 같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대학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더욱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시대상을 감안하면 신입생 모집에 애로를 겪는 유원대의 하소연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어쨌든 유원대는 2010년부터 충남 아산에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했고, 영동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6년 3월 개교에 성공했다. 이어 당시 ‘영동대학교’였던 교명을 ‘유원대학교’로 변경했다. 지역색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였다.

유원대는 아산캠퍼스 설립과 교명 변경 과정에서 영동지역사회와 엄청난 소모적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곤 그때마다 영동군과 대학은 상생발전협약을 했다. 협약에는 △영동본교 학생 2천500명 이상 유지 △영동본교 학과 아산캠퍼스 이전 금지 △정원감축 등 주요 현안 발생 시 군과 사전 조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협약은 잘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영동군은 열악한 재정에도 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최근 5년간 33억5천여만원의 재정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간 유원대는 꾸준히 영동본교 정원을 감축했다. 실제 2016학년도 890명이던 영동본교 입학정원은 올해 600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아산캠퍼스는 190명에서 275명으로 늘었다.

유원대는 “대학 생존을 위해서는 학생 모집이 용이한 아산으로의 학과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영동군에는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영동본교의 정원을 그나마 유지하고 싶으면 지자체가 운영비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기업가적 마인드로 지자체에 손을 벌리는 대학도 안타깝지만, 대학가 주변 공동화 등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해 그나마도 붙잡아야 하는 농촌 소도시의 현실이 서글프다. 지자체와의 신뢰 회복이 우선되지 않으면 협치는 신기루다.

지방대학이 처한 상황은 역대 최악이다. 유원대가 영동본교와 아산캠퍼스를 모두 살리는 전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은 참신하고 개혁적인 학사운영으로 학생들을 유인하는 게 먼저다. 이번 기회에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각자도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강구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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