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선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진료교수]어지럼증은 병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으로 “천장이나 주변 사물이 빙빙 도는 느낌이 든다, 둥실거린다, 지진이 난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몸이 뒤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눈앞이 깜깜해진다, 똑바로 걷기 힘들다” 등으로 표현하곤 한다. 어지럼증은 양상과 원인이 다양하여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증상 중 하나이다. 이 중 특히 메니에르병이 어지럼증의 원인인 경우 청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메니에르병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귓속이 물찬 것처럼 먹먹한 느낌, 이명 증상이 동반되면서 청력이 저하될 수 있는 내이 질환이다. 아직까지 병리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메니에르병은 내림프액의 흡수장애로 내림프 수종이 생겨 귀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경우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자가면역 질환 및 바이러스성 감염이나 내분비 장애, 내이액 내 전해질 불균형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60세 사이의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높고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흔하며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과로 및 스트레스 호르몬 또한 메니에르병 증상 발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메니에르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격렬한 양상으로 20~30분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되며 오심과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과 저주파 난청이 나타나며 귀가 먹먹한 이충만감, 압박감 등이 발작적으로 반복되며 발생한다. 초기에는 한쪽 귀에서만 난청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청력이 저하되어 양쪽 귀 모두에서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어지럼 발작이 반복될수록 발작적인 어지럼증은 감소하자만 약한 정도의 평형감각 장애와 영구적 난청, 이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메니에르 병은 진행될수록 많은 증상들을 초래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초기 메니에르병 환자의 경우 약 80%에서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이를 위해서는 염분 섭취를 하루 2g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술이나 커피, 담배,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등 생활습관 변화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메니에르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메니에르병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증상의 조절이다. 메니에르병은 한방치료로 증상 완화 및 발작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메니에르병에 대한 한약의 유효성을 인정, 메니에르병 진료가이드라인에서 한약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메니에르 병의 발병 기전을 수독으로 보고 수독을 없애는 약인 택사탕, 오령산 등을 이용해 처방하여 증상을 개선한다. 또한 귀주변의 침과 뜸치료는 내이의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이는 혈류량을 증가 시켜 내림프액의 순환 개선 및 전정신경계의 기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메니에르병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면 증상의 진행을 막고 재발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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