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을 위해서 재난지원금, 최대 규모의 추경 등 사상 유례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전란(戰亂)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물론 적극적 재정정책이라는 수단 자체는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재정정책을 위한 재원 마련의 방법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보증을 잘못서서 집안이 망한다” 혹은 “가족 간에도 보증은 서주면 안 된다”라는 말은 일종의 진리입니다. 실무를 접하면서도 보증 책임이 성립돼 매우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의뢰인들을 많이 보게 되고,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합니다. 왜 일까요? 바로 보증이라는 것은 돈을 빌려서 쓰는 사람 따로 갚아야 하는 사람 따로 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빌려서 쓴 돈도 아닌데 갚아야 한다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겁니다.

어떻게 보면, 바로 국채라는 것이 보증과 매우 유사합니다. 국가가 빚을 내서 그것을 ‘지금의’ 국민들을 위해서 사용하지만, ‘지금의’ 국민들이 그 빚을 갚지 못하면 바로 ‘미래의’ 누군가가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 미래의 누군가는 다름 아닌 지금의 아이들인 ‘미래세대’인 것이지요. 이러한 점에서, 어찌 보면 이 국채는 매우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무책임한 지금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갚아야 할 돈도 아니니 나를 위해서 신나게 써 버릴 욕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위기극복을 위한 재정정책의 수단은 전적으로 바로 이 ‘국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치 공짜 돈이 떨어진 것처럼 간만에 소고기 외식도 하고, 그간 사고 싶던 물건도 사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그 돈은 공짜가 아닌 바로 여러 분의 아이들이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빚’이 되는 것이지요. 전 이러한 점에서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고 봅니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아직은 재정이 건전해서 여력이 충분하다는 취지에서 일축하고, 오히려 더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건전하기 때문에 더 빚을 내도된다는 논리의 근원이 무엇일까요? 재산이 많으니 펑펑 써도 된다는 논리랑 다를 바가 없는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돈을 쓸 줄 몰라서 건전한 재산을 두고 빚도 안냈다는 의미인지 참 혼란스럽습니다.

위기를 맞이해 재정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수단 즉 ‘증세’라는 방법이 있음에도 국채에만 의존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증세는 말 그대로 ‘지금의’ 우리가 필요한 만큼 국가에 세금을 더 내고, ‘지금의’ 우리가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입니다. 훨씬 책임감 있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증세는 없다는 얘기를 되풀이 합니다. 왜 일까요? 바로 증세를 위해서는 지금의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데, 지금의 국민은 바로 ‘표’와 연관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 자살행위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이지도 않는 미래 세대는 표와 관련이 없으니 얼마든지 끌어다가 쓰고 나중에 청구서만 내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매우 비겁한 행동입니다. 부모가 빚을 물려주면 상속포기라도 해보겠지만, 국가의 빚은 국민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갚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미래세대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 동의할까요? 강제적으로 보증인이 되길 강요하는 국채발행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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