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워째서 부려먹지두 않을거면서 뗏꾼들을 여까지 끌고와 옴짝달싹도 못하게 가둬두고 있는 거래유?”

강수가 물었다.

“낸들 알겄는가. 나두 사잣밥 싸짊어지고 다니는 떼보다는 그래두 산판일이 명은 질게 잇겠다 싶어 올러왔더니 뭔가 이상혀.”

“다른 꿍궁이가 있는 게 분명 혀!”

“다른 꿍꿍이?”

“도사공은 뭘 알구 있는 눈초린데, 두꺼비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

“도사공이 누구드래유?”

강수가 다시 한 번 도사공에 대해 물었다. 이번에는 뗏꾼도 강수를 의심하지 않았다.

“영월 바닥에서 상두라면 뜨르르 허지.”

“그렇게 소문난 사람이래유?”

“떼라면 물귀신두 상갑이는 못 따라잡을걸.”

“그럼, 상두라는 그 양반이 주선해서 뗏꾼들이 여기로 온 거래유?”

“그런 셈이지. 영월에서 상갑이 눈 밖에 나면 뗏일을 할 수 없지. 그러니 상두가 하자는데 안 따라올 수 있는가?”

“처음에는 상두두 도도고지산에 산판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뗏일이 개시되기 전에 과욋돈이나 벌어보는 게 어떠냐구 했지. 돈두 많이 준다구 그랬으니까 상갑이만 탓하면 뭐하는가. 우리두 속에는 도둑놈 심보가 들어있었던 게여. 나두 산판에서 돈을 마이 벌면 이번 장마에는 떼를 안 탈라구 그랬구먼.”

“상두라는 그 도사공한테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되겄네유.”

뗏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두라는 도사공이 영월 일대 뗏꾼들을 모아 끌고 들어온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강수가 뗏꾼들에게 물었다.

“만나 얘기를 할 수 있어야지.”

“그런 또 뭔 말이래유?”

“저쪽 움막에 그놈들과 함께 있으니 허는 말 아닌가. 낮에도 그놈들과 줄창 붙어 다니니 긴 얘기를 할 수도 없다네. 참말로 속 터지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뗏꾼들의 답답함이 본 듯 느껴졌다.

“영춘 용진에도 상두 뺨치는 날랜 뗏꾼이 있는데 이름이 거 뭐시더라. 영춘에서 왔다니 잘 알겠구먼. 누구지?”

뗏목꾼 중 하나가 강수에게 물었다.

“예! 예……, 어사미사 떠오르기는 하는데 갑작스럽게 물어보니 잘…….”

강수가 당황해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이 사람, 증말 애딩이구만.”

“영춘 사람 맞기는 한 거여? 우째 소문 자자한 자기 동네 사람도 모른디야!”

캄캄해서 얼굴도 보이지 않았지만 뗏꾼들이 다시 의심을 하는 눈치였다.

“그만들 주무시우. 난 소피나 한 번 더 보고와 잘래유.”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들통이 날 수도 있었다. 강수는 소변을 보겠다는 핑계를 대고 움막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일행들이 숨어있는 숲속으로 돌아왔다.

“대방 하도 안와 그놈들한테 붙잡힌 줄 알았소!”

강수를 보고 동몽회 녀석이 반색을 했다.

“그래 어떻게 되었소?”

길잡이가 물었다.

“움막 안에 들어가 뗏꾼을 만났소.”

“대단하드래유!”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는 뗏꾼들도 모르고 있었소. 다만 상두라는 영월 도사공이 있는데 그 자가 자초지종을 알고 있을 거란 얘기만 들었소.”

“상두 아제 말이래유?”

강수 이야기를 듣던 길잡이가 깜짝 놀랐다.

“상두라는 도사공을 잘 아시우?”

“알다 뿐이래유? 우리 일가래유! 아제가 뗏꾼들을 데리고 일루 왔다는 소린 맏밭 성 객주님한테 들었드래유. 그 아제가 여기 있단 말이지유? 그래, 만나 봤드래유?”

길잡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연거푸 물어댔다.

“만날 수가 없었소! 그 도사공을 만나봐야 전후 사정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청풍도가 무뢰배들과 같은 움막 안에 있어 같이 온 뗏꾼들도 터놓고 얘기도 할 수 없다고 그럽디다.”

“뗏꾼들만 만나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먼유.”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 생겨나고, 첩첩산중이내유!”

“운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속닥거립니까. 그냥 확 뒤집어 버리고 놈들 잡아서 족칩시다!”

몇몇 동몽회 녀석들이 움막으로 들이닥쳐 결단내자며 불끈했다.

“그래서 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 저놈들 속사정을 어떻게 캐낼 것인지 그것부터 얘기해보자.”

강수가 청풍도가 놈들의 의도를 어떻게 하면 알아낼 수 있을까 그 방법부터 내자며 동몽회 녀석들을 주저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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