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총·균·쇠’에서 세균이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배와 정복에서 질병과 바이러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후 바이러스가 인류와 세계를 바꾼다는 영화들이 가상의 SF가 아닐 가능성 있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도록 한다.

1995년 브루스 윌리스와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12 몽키즈(12 Monkeys)’는 1996년 인류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50억명 이상 사망한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1995년 제작된 ‘아웃블레이크(Outbreak)’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재앙을, 2016년에 제작된 헨리 유스트 감독의 ‘바이러스’는 웜 플루라는 기생충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초토화시키는 모습을, 대니 보일의 ‘28일 후(28 days later)’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를 풀어준 뒤 28만에 이에 감염된 동물의 인간에 대한 공격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와 싸움을 그리고 있는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 치사율 100%인 죽음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국내 영화 ‘감기’도 모두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된다.

지금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코로나19에 의하여 현실화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단순히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소재로의 가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석유기업 쉘(Shell)의 시나리오 경영을 들 수 있다. 쉘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시나리오 기법으로 미리 예견하고 대응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후 시나리오 경영은 다국적 기업 이외에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영기법이 되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수치에 의한 미래예측이 아닌 창의적인 예견으로 가능한 미래를 탐구한다. 이를 통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착된 가정이나 편견을 없애고,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하여 3차 추경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논의하면서 학자나 정부는 현재 GDP 대비 40%대의 국가채무가 200%가 넘는 일본이나 100%가 넘는 미국과 비교하여 어떻다는 수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미래는 기존 수치놀음의 재정정책이나 경제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밀려오고 있다. 그 모습을 예견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바이러스 영화와 같은 창의적인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가져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미래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단순히 영화의 소재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정책에 활용하는 노력이 더욱 확대된다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선도적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