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강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캄캄한 밤이라고 주변을 좀 더 살펴보지 않고 움막으로 접근한 것이 불찰이었다.
“예예……예…….”
강수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예예거리기만 했다.
“뗏꾼같은 데, 소피를 보러 나왔는가? 그런데 왜 거기로 가! 니들 숙소는 그 옆이 아닌가?”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 들려왔다.
“지가 오줌을 싸고 어두워서 분간을 잘 못했드래유.”
강수가 영월 토박이말을 흉내 내며 둘러댔다.
“밤에는 둘씩 싸러 가랬더니 왜 혼자 돌아댕기는 거여!”
“죄송허유. 워낙 급혀 그랬드래유.”
강수가 일부러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니들 움막으로 얼렁 들어가!”
어둠 속에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예!”
강수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솟았다.
강수가 잰 걸음으로 작은 움막 옆으로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통해 작은 움막에는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그 옆 큰 움막에는 뗏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강수가 뗏꾼들이 있는 움막 안으로 숨어들었다. 움막 안은 바깥보다도 더 어두웠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아예 캄캄했다. 그래도 바깥에는 스며드는 달빛이라도 있어 어슴푸래 윤곽이라도 보였지만 통나무를 쌓아 지은 집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옆 사람이 코를 물어도 알 수 없었다. 바람도 통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갖은 냄새들이 뒤범벅이 되어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수가 들어가도 뗏꾼들 중 누구 하나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강수가 빈곳을 찾아 자리를 잡으려고 더듬더듬 손으로 주변을 더듬었다.
“왜 그려! 더듬으려면 집에 가 마누라나 더듬지 남의 고샅은 왜 더듬어?”
“궁한가보지!”
“아무리 궁해도 먹을 거 못 먹을 게 있는 겨!”
“지송허드래유.”
강수가 깜짝 놀라 누군지도 모를 옆지기에게 사과를 했다.
“그나저나 허는 일두 없이 운제까지 여기 이러구 있어야 허는 거래!”
“그러게 말여. 그렇다구 저놈들이 이 안에서 꼼짝두 말구 있으라 하니 집으루 갈 수두 없구 어쩌라는 건지 도통 알 수 없구먼.”
“산판에 가 있으면 좀 있다 떼를 타게 해주구 돈도 곱절루 준다 해서 왔더니, 산판은커녕 이런 고랑탱이에 갇혀 옥살이를 하고 있으니, 내 원참! 이게 뭣 하는 짓거린지 도통 알 수 없구먼.”
“그러게. 도사공은 뭘 알고 있는 눈치던데 도통 말이 없으니…….”
어둠 속에서 뗏꾼들이 속닥거렸다.
“도사공이 누구드래유?”
뗏꾼들이 나누고 있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강수가 물었다.
“뗏일을 하민서 도사공도 모른단 겐가? 대체 당신은 누구여?”
강수의 물음에 뗏꾼 중 한 사람이 캐물었다.
“지는 동네 아저씨가 소개를 해줘 그냥 따라 와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드래유.”
“애딩이구먼!”
“동네는 어디구 아저씨는 누구여?”
“뭘 자꾸 물어. 돈 준다니까 그냥 따라왔는가 본데.”
이야기를 하던 뗏목꾼 중 한 사람은 애송이라며 넘어가려 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강수를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파고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강수도 당황했다.
“저어기 영춘 용진나루에서 왔드래유.”
“영춘 누구?”
“심봉수 객주래유.”
영춘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심봉수 밖에 없었다. 강수가 얼른 그 이름을 떠올리며 둘러댔다.
“심 객주 어른이라면 나두 잘 알지! 그래 영춘서두 뗏꾼들이 많이 올라 왔는가?”
“지는 어려서 잘 모르드래유.”
“떼를 타려고 그러는가?”
“웬걸유. 배도 무서운데 떼를 우째 타드래유. 산판을 한다기에, 그리고 돈도 다른데 비해 많이 준다기에 올라왔드래유.”
떼 이야기를 계속하다보면 아무래도 들통 날 우려가 있어 강수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개뿔 산판은 무슨, 이런데서 산판하는 거 봤어. 우리도 산판일은 까막눈인데 돈을 많이 준다기에 앞뒤 재보지도 않구 올라왔다가 여기 갇힌 거여!”
“첨부터 산판은 있지도 않은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