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 주, 가정의 달을 맞이해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가 발표한 ‘가족만족도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가족만족도 평균 점수가 7.85점으로 지난해보다 0.12점 높아졌다고 한다. 조사 항목 중 가족에 대한 불만족의 이유로 ‘의사소통 문제’를 이유로 드는 비율이 42.9%로 가장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들 간 의사소통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다. 가족 간의 대화가 30분을 넘지 않는 비율은 47.2%나 되었다. 절반 가까이가 하루에 30분도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은 그나마 가족 간 대화시간이 긴 편이었다. 가족 간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의 비율이 2017년 63.8%, 2018년과 2019년 54.4%로 올해 보다 더 높았다. 즉, 2020년에는 예전 보다 30분 이상 대화하는 가족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족간 30분 이상 대화하는 비율이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6.6%P 증가한 것에 비해 가족만족도 평균점수는 오히려 0.15점 감소했다는 것이다. 대화시간을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가족만족도는 줄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서 대화시간이 증가했다. 그러나 대화의 질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만족도는 떨어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가족에 대한 불만족의 이유 중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높은 것이 이 해석을 뒷 받침 한다. 가족 간 대화시간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면서도, 의사소통이 불만족의 가장 큰 이유라는 이 모순된 지표가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결과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반적으로 가족 간에 대화를 많이 하면 의사소통도 잘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족 간 매일 30분 이상씩 대화를 하니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가정들이 꽤 많은데, 실제 가족들 특히 자녀들을 만나 보면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 엄마 아빠는 정말 답답하고, 말이 안 통해요”라고 하소연하는 자녀들이 의외로 많다. 즉, 부모들이 자녀에게 말은 많이 하지만, 제대로 된 대화는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워본 적이 없기도 하다.

대화에는 4가지 등급의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밥은 먹었니? 학원은 잘 갔다 왔고?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라는 식의 의례적인 대화를 4등급 ‘입술의 말’이라고 한다. “오늘 오후에는 비가 온다고 하니 우산을 꼭 챙겨라”와 같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대화는 3등급 ‘머리의 말’이다. 2등급은 ‘가슴의 말’이라고 하는데 “오늘 표정이 좋은 걸 보니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라고 느낌이나 공감을 동반한 대화이다. 그러면 가장 높은 등급의 대화는 어떤 것일까? “퇴근하고 들어오는 당신 표정이 안 좋을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라고 말하면서 손을 잡아 주거나 안아주는 것이 1등급 ‘영의 말’이라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데 목소리 38%, 표정과 몸짓이 55%인데 대화의 내용은 겨우 7%만 영향을 준다고 한다. 놀랍고 뜻밖의 결과이다.

코로나19로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으나 가정폭력이 늘어났다는 안타까운 뉴스는 모두 대화 기술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입술의 말이 아닌 가슴과 영의 말이 오고 가는 대화가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시대에 가정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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