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한 언론사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의 비위사실을 캐기 위해 벌인 어처구니없는 편지사건은 과연 우리 사회에 사법정의가 살아 있는지 묻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여당의 스피커역할을 했던 유 이사장에 대해 법적인 잘못을 찾기 위해 회유와 협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취재기자의 편지글이 세상에 공개 된 것이다. 이 편지글에는 취재기자와 검찰이 내밀한 유착관계 임을 확인하는 글귀가 포함돼 있었다.

뒤늦게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자신들의 조직이 과녁이 된 이 사건을 과연 제대로 수사 할지는 미지수다. 국가정보원이 만들었던 수많은 간첩 조작사건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듯한 기자의 편지사건이 현재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5년여가 지난 시점에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8월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의 회유·협박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전 한신건영 대표 고(故) 한만호씨의 주장과 옥중 비망록(備忘錄)이 재판 과정에 제출됐으나 대법원은 한씨의 법정진술과 비망록을 무시한 채 검찰 진술에만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그야말로 대법원은 진술로 쌓은 집으로만 판결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당시 “국민 앞에서 저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선언한다”며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라고 밝히며 2년의 실형을 받고 출소 했다. 당시 한 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진실과 정의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가 사법부일 것이라는 기대가 참담히 무너졌다"고 밝힌바 있다.

유 이사장 사건이 불거진 후 최근 한 언론에서 한씨의 옥중 비망록을 공개하고 재 취재에 들어갔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공영방송인 kbs도 한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뒤늦게 최근에야 공개했다. 한씨와 인터뷰한 내용은 비망록에 쓴 내용을 반복해서 밝힌 것이다.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적이 없고, 검찰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각본에 의해 거짓 진술 했고, 이후 법정에서 번복했지만 법정은 오히려 한씨를 위증혐의로 구속했다는 내용들이다.

비망록의 존재 자체는 이미 2011년 알려졌으나, 검찰은 한씨의 위증 혐의를 수사하며 이를 압수했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부적절했음을 가늠케 하는 정황이다.

검찰 뿐 아니라 최종 판결을 내린 판사 역시 돈을 주지 않았다는 당사자의 법정 진술을 외면하고 검찰이 받은 진술만을 믿고 한 전 총리를 유죄로 확정했다는 것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의 정의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최종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를 불신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망록과 한씨가 남긴 여러 진술을 보면 정의는 사라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절실한 이유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이나 판사 등 고위공직자들의 비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밝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은 당연히 재수사 돼야 한다. 더욱 바람직 한 것은 공수처 수사 전 검찰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진실을 밝혀 부디 국민 앞에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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