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신화의 종말’ 인수공통 감염병 예방·대안 제시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MBC충북 김영수 PD가 연출하고 이일범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 ‘살처분, 신화의 종말’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재조명을 받으며 미국 휴스턴국제영화제 단편다큐부문에서 대상(Platinum)을 차지했다.

‘살처분, 신화의 종말’은 지난 2018년 11월 13일 MBC충북 창사 48주년을 맞아 첫 방송된 특집 다큐멘터리로, 가축에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살처분 대신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 백신개발 등 전염병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인류가 수백년간 전염병에 걸린 살아있는 가축을 땅에 묻는 ‘살처분’을 진행한 일에 대한 경종을 울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인수공통 감염병인 가축의 질병(구제역, HPAI)을 살처분이 아닌, 백신개발과 같은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된 다양한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방영 후  정부의 방역현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 다큐 방영으로 정부 관계 부처가 조류인플루엔자 예방 백신개발 등을 연구과제로 설정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큐 제작을 위해 제작팀은 가축의 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이 실시된 18세기부터 살처분 역사를 거슬러 추적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영국, 네덜란드, 홍콩에 이르는 해외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동물의 전염병 확산 시 ‘살처분’만이 답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이용해 동물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개발 등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동물과 인간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 것이다.

작품을 연출한 MBC충북 김영수PD는 “코로나 19로 최근 들어 인류는 동물의 전염병에도 관심과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된 듯하다. 전염병은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 등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 보다는 인류과학의 발전을 이용, 동물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코로나 19 상황에서 백신 개발이 절실하듯이, 동물의 전염병에서도 백신개발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인간의 과학기술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PD는 수상 소감에 대해 “‘살처분, 신화의 종말’은 이전까지 관심 갖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대안과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 공개된 작품이지만 공교롭게도 현재의 지구촌 상황에 맞는 주제여서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이 작품으로 동물과 인간이 생존하는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간을 위한 백신 뿐 아니라 동물을 위한 백신개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이것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살처분, 신화의 종말’은 뉴욕국제영화제(INYFF)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뉴욕영화제는 본선 진출작들을 먼저 상영한 후에 수상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의 영화제다. 뉴욕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영화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휴스턴국제영화제는 1968년에 시작돼 샌프란시스코영화제, 뉴욕영화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코엔 형제, 조지 루카스 등 거장 감독들의 초창기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세계적 위상이 높다.

국내에서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다큐 부문 ‘대상’을 받은 것은 (지난 10년 내에) ‘살처분, 신화의 종말’이 최초이다. 시상식은 지난 4월 개최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태다.

한편 가축 살처분의 역사, 세계의 사례, 백신개발의 필요성과 대안 등을 담은 다큐 ‘살처분, 신화의 종말’은 현재 유튜브를 통해 공개 돼 있어 53분 영상을 모두 감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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