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뭣 허는 인총들이드래유?”

화전밭 한쪽에서 땅을 일구던 농군이 인기척에 강수 일행을 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잔뜩 묻어있었다.

“말 좀 묻드래유. 혹시 여기 산판 벌어진 곳을 알드래유?”

길잡이가 흙두더쥐 같은 화전민에게 물었다.

“산판을 왜 여기와 묻드래유?”

화전민이 길잡이 말투를 듣고는 경계심을 풀며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 산판을 찾아가는 중이드래유.”

“어디서 오드래유?”

“영월 맏밭서 오는 길이래유?”

“영월 사람인데 산판을 찾으러 일루 온단 말이드래유?”

“어째 그러드래유?”

“산판이야 저 너머 귤암 쪽에서 벌어지지 이쪽 가수리 쪽에서는 할 수가 없지 않드래유?”

화전민이 도도고지산 너머를 가리키며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냈다. 말투로는 분명 동향임이 분명했지만 하는 말이나 젊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가수리 쪽은 산세가 험한 대다 강이 멀어 산판을 벌이기에는 악조건이고 귤암쪽은 산 경사도 완만하고 조양강도 멀지 않은 대다 강가에는 널찍한 공지도 펼쳐져 있어 통나무를 쌓아놓기에 적격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그래서 가수리 쪽에서는 산판을 벌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숲이 무성한 이때 무슨 산판을 벌이는 곳이 있냐며 일행들의 행색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입은 입성도 그렇고 산판에 갈 그런 차림들이 아니었다.

“농군 양반, 산판을 찾아가는 건 사실이드래유. 그런데 산판에 사람을 찾으러 가는 길이드래유.”

“벌어지는 산판이 있어야 사람을 찾아가든 말든 할 거 아니드래유. 벌어지는 산판이 없는데 무슨 사람을 찾는단 말이드래유”

화전민은 점점 더 길잡이 말을 못 믿겠다는 투였다.

“사람을 찾아가는 중인 건 맞드래유. 그런데 실은 벌목꾼들이 아니라 뗏꾼들을 찾는 중이래유.”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가는 격이지, 뗏꾼을 찾으려면 강가로 가야지 왜 산중에 들어와 찾드래유?”

길잡이가 하는 점점 모를 소리에 화전민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마을 떼 모는 아재들이 도도고지산 골탱이 어디로 들어갔다 해서 이리 나선 것 아니드래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그러하니 혹시 근간에 사람들이 떼로 여길 지나간 걸 본 적은 없으시오?”

화전민과 길잡이의 대화가 한자리만 맴돌자 강수가 나서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일이 있기는 했드래유. 떼는 아니구 가수리와 귤암에 사는 떼쟁이 여나뭇이 지나갔드래유.”

“영월 뗏끈이 아니구 여게 사람들이었단 말이드래유?”

“내가 이따금 정선 장에 나갔다가 날이 저물면 산 아래 뗏목장이 있는 귤암 주막에서 자고 올라오곤 하는데 거기서 낯이 익은 뗏꾼이니 확실하드래유.”

화전민의 이야기대로라면 영월뿐만 아니라 동강을 타고 올라오며 뗏목장 곳곳의 뗏꾼들을 끌고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들이 어디로 간다 합디까?”

“막골로 들어간다면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희희낙락하며 가드라구유.”

“형씨, 막골이 어디로 가는지 알겠소?”

강수가 길잡이에게 물었다.

“막골이라면 아재들을 따라 약 캐러 드나들었던 곳이라 나도 잘 알드래유.”

길잡이가 자신만만해했다.

강수가 동몽회원 중 자루를 어깨에 맨 녀석을 시켜 보리쌀 한 되를 퍼주게 하였다. 화전민이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복 받으시드래유!”

강수와 그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화전민은 밭에 서서 막골로 가는 사람들 뒤를 바라보았다. 막골은 화전에서도 녹록치 않은 거리에 험지였다. 도도고지산과 떡갈고댕이 산 능선이 이어진 산 능선에서 한참 아래쪽이었지만 워낙에 덩치 큰 산들인지라 어지간한 산 정상보다도 훨씬 높이 올라가야 했다.

“지금부터는 정말로 숨도 죽이며 걸어가드래유.”

막골이 가까워졌는지 길잡이가 일행들을 향해 주의를 시켰다.

“저기루 들어가면 막골이 나와유.”

그러나 눈앞에는 수풀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우거진 숲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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