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 (818)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 (818)
  • 충청매일
  • 승인 2020.05.24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매일]  산판이 벌어지고 지고 있다는 도도고지산으로 들려면 동강 물을 건너야 했다. 강 건너를 보니 강물과 접한 산자락의 벼랑이 벽처럼 쳐져있다. 그 뒤로는 울끈불끈한 덩치 우람한 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도도고지산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강은 깊어 퍼렇다 못해 검은 빛을 띠었다. 건너 산을 보니 막막하고 물을 보니 무서움에 한기까지 일어났다.

“여보슈, 길잡이! 저 강 건너가 산판으로 가는 길이라면 나룻배도 없는데 우떻게 뭘루 건너간단 말이슈?”

“저런 물속에는 이무기가 있어!”

“이무기가 살어도 숱하게 살겠구먼!”

동몽회원들이 강 건널 생각에 주눅이 들어 제각각 떠들어댔다.

“형씨, 나루는 없소?”

“이런 산중에 누굴 태울 사람이 있다구 나루터가 있겠어유. 저 너머가 가수린데 거기 가면 있기는 하지만 저어기 강줄기를 돌아가야 허는 데 반나절은 족히 더 걸리드래유. 또 가수리까지 가서 나룻배를 탄다혀도 산이 너무 험악해 도무지 산으로 들어갈 수가 없드래유.”

강수의 물음에 길잡이가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저 강을 건너간단 말이오?”

“여게는 이래도 좀만 더 올라가면 강폭도 좁아지고 여울이 있드래유. 그리루 건너가면 그리 갈 수 있드래유. 여울 물살이 좀 세기는 허지만서두…….”

여울로 건너가면 된다면서도 길잡이가 말끝을 흐렸다.

평야지대를 흐르는 강은 넓고 소리 없이 흐르지만, 산골을 흐르는 더구나 동강 같은 첩첩한 산중을 흐르는 강은 높은 산골짜기를 돌아돌아 흐르느라 좁고 하상의 경사가 심해 여울도 많았다. 어떤 여울은 폭포처럼 떨어지는 곳도 있고, 어떤 여울은 강폭이 좁아지며 화살보다도 빨리 내리쏟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에 휩쓸리면 소도 맥을 추지 못하고 검불처럼 떠내려갔다. 소 같은 큰 짐승도 그럴 지경이니 사람이야 말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곳에는 으레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같은 뱀이 서너 마리씩은 살고 있었고, 귀신은 득시글득시글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여울을 건널 때마다 두려운 마음에 손을 모아 절하기도 하고 무사히 건너게 해달라며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저어기 저 여울로 건너 가드래유!”

길잡이가 자갈마당이 강물을 막고 만을 이루며 강폭이 좁게 보이는 눈앞을 가리켰다. 물살이 고기비늘처럼 하얗게 일어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울 그 위쪽으로는 강물이 건너편 벼랑 밑을 휘돌아 치며 모래톱을 만들고 그 모래톱이 군데군데 강바닥에 솟아오르며 마치 징검다리처럼 보였다.

“형씨, 저기로 건너면 수월할 듯 싶소!”

강수가 강바닥 군데군데 솟아오른 모래톱을 가리켰다.

“아이고! 큰일 나유!”

길잡이가 펄쩍 뛰었다.

“어째 그럽니까? 모래톱이 솟아 물도 얕아 그리로 건너면 십상이겠는데.”

“거긴 모래쏘래유! 거기 들어갔다간 다 빠져 죽어유!”

“쏘가 뭐요?”

“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그 속으로 다 빨려들어가구 말어유! 거긴 뭐든지 다 빨어댕기는 데래유!”

“그럼 저기가 늪 같은 데란 말이요?”

“물에 빠지면 시신이라도 찾지, 저긴 빠지면 밑도 없어 한 번 빠지면 어디로 간지도 몰러유! 안 보이는 것보다 보이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래유. 그 아래 여울이 훨썩 안전하니 그리루 건너 가드래유.”

길잡이가 여울로 강수 일행을 안내했다. 멀리서 보던 여울을 가까이에 와서 보니 더욱 거칠었다. 물살이 장난이 아니었다. 장마가 지기 직전인 지금이 최고조의 갈수기라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눈앞에서 보니 귀가 왕왕거리고 눈알이 핑핑 돌았다. 길잡이가 먼저 바지저고리를 벗었다. 그러자 동몽회원들도 벗기 시작했다. 모두 알몸이 되었다. 벗은 바지저고리를 어깨에 붙들어 매고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여울로 들어섰다. 아무리 갈수기라 해도 여울을 흘러내리는 물살은 세찼다. 힘이 뻗치는 동몽회 장정이라도 두셋은 물살에 휩쓸리면 순식간에 떠내려갈 판이었다. 산판으로 가는 모든 일행들이 한 덩어리가 되지 않았다면 건널 수 없는 여울이었다. 하기야 밧줄로 칭칭 동여맨 떼도 거친 여울을 만나면 돼지우리를 치게 만드는 것이 여울이었다. 강수도 그런 이야기를 뗏꾼들에게 익히 들어왔었다. 그러나 귀로만 들었을 뿐 직접 겪고 나니 여울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