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성 객주님, 그게 뭔 얘긴가요?”

봉화수가 물었다.

“뗏꾼들이 하는 말이 한양에서 곧 큰 공사가 벌여져 목재가 엄청나게 필요할 거라는 거여.”

“그게 언제던가요?”

“초봄이여.”

“그 얘기는 나도 들었다네! 그 무렵 한양에서 왔던 목상들이 하는 말이 대궐을 중수한다고 하는 데 엄청난 목재가 필요할 거라는 그 말을 하는 겐가?”

심봉수도 그런 말을 들었다며 성 객주 이야기에 동조했다.

“맞드래유! 그 얘기래유!”

이번에는 성두봉이 심 객주 이야기에 두 손을 치며 동조했다.

대궐을 중수한다면 그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을에서 위세 높은 양반이나 산다고 하는 부자의 사가를 짓는다 해도 인근 마을 장정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그러나 대궐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임금이 사는 대궐이었다. 아마도 대궐을 지으려면 팔도 전체 백성들이 동원될 것이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릴 엄청난 물자와 사람 손이 필요할 터였다. 대궐을 짓는데 필요한 팔도의 산물이 모두 공물로 바쳐질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월에서는 단연 질 좋은 나무들을 올려 보내야 할 것은 자명했다. 영월에서도 정선 쪽 동강에서 나오는 황장목은 대궐의 제목으로 쓰기에는 단연 으뜸이었다. 청풍도가 김주태가 그걸 미리 알고 선점을 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뭐가 이상하드래유?”

“생각을 해보게. 우선 나무를 베야 그 다음 일을 할 텐데, 왜 동강 골안 뗏꾼들을 몽당 모아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느냔 말이여. 뗏꾼들에게 벌목을 시키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안 그러나?”

심봉수는 벌목꾼이 아닌 뗏꾼들을 데리고 깊은 산중 벌목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객주님,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 청풍도가에서 그만한 일을 벌일 여력이 없을 겁니다. 산판을 벌이려면 큰 목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당장 안에 닥친 일도 주워 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무슨 돈으로 산판을 산답디까? 뭔가 궁꿍이를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봉화수가 청풍도가가 겪고 있는 사정을 이야기하며 김주태가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구만. 영월에는 동강 쪽이나 서강 쪽이나 산판 벌이기 좋은 입지가 얼마든지 많은데 굳이 동강에서도 그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는지 이상하긴 허네.”

성두봉이도 고개를 모로 꼬며 갸웃거렸다.

청풍도가에서 산판을 벌이고 있다는 가수리 도도고지산은 산판을 벌이기에는 여러 가지로 악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뗏목을 몰고 내려와야 하는 물길이 멀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리라면 동강 쪽이나 서강 쪽이나 가수리보다 더 먼 곳에서부터 내려오는 뗏목도 숫했다. 거리도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산판 벌목장은 강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야 유리했다. 통나무는 워낙 무거워서 벌목장 사이와 강이 멀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되면 임금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 좋은 나무를 구해도 별반 남는 것이 없어 목상들이 재미를 볼 수 없었다. 벌목장은 무엇보다도 물길 가까운 곳에 입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청풍도가에서 산판을 벌인다며 영월 토박이도 잘 모르는 강물과 한참을 떨어진 도도고지산 깊은 산중으로 그것도 뗏꾼들을 데리고 들어갔다는 사실은 언뜻만 생각해도 요상하고 요상한 일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녹음이 첩첩 우거진 여름이었다. 이런 여름에 강물과 멀리 떨어진 그런 산중에서 산판을 벌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둑질을 한다 해도 그런 깊은 곳에서는 하지 않을 걸세!”

“그러게 말이드래유, 성님.”

“내 생각에는 이놈이 또 장난질을 치려는 게 분명 혀! 산판을 벌일 돈도 없고, 산판을 벌일 장소도 아닌 곳에 들어갔다면, 그것도 영월 골안 뗏꾼들을 몽땅 끌고 들어갔다면 그들을 미끼로 목상들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이여!”

심봉수는 뭔가 감이 잡힌다는 말투였다.

“객주님, 그게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시오?”

“이보게 성 객주! 내일 식전 일찍 동강 길 요리를 잘 아는 사람 하나를 물색해주게!”

“갑자기 길잡이는 왜요?”

“그리고 화수와 강수는 날랜 놈 다섯만 식전까지 골라 놓거라!”

심봉수가 성두봉의 말을 들은 채 만 채, 앞에 앉아있는 봉화수에게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객주님!”

봉화수가 군말 없이 심 객주 말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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