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란 어느 시인의 구절은 두고두고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과의(過矣)’라고 하였다. 사람이 살다보면 잘못이 있게 마련이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요 문제다. 내일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이때만 되면 아쉽고 후회스러운 추억이 생각난다.

40여 년 전! 영동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할 때이다.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청소지도를 하는데, 마침 담배가 떨어져 한 학생에게 “인근 가게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대개 학생들은 ‘네!’하고 흔쾌히 사가지고 오는데! 이 학생은 “몸에 해로운 것이니 그런 심부름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뜻밖의 말은 듣고는 ‘화!’를 참지 못하여!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알고보니 그 학생은 대단히 착한 학생으로서, 나의 죽마고우인 ‘평환’이의 아들(김기철)이었다.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어른의 부탁이라도, 올바르지 못한 심부름은 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을 실천한 것뿐이었다. 친구에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정작 그 학생에겐 하지 못해 두고두고 응어리졌었다.   영동읍에서 20리길 ‘탑선리’ 동구 밖에는 ‘짐박골재’가 있다. 영동으로 중·고교를 다니느라고, 6년을 하루 같이 하루에 40리 길을 이 고개를 넘었다. 60년 세월이 주마등같다. 요즘에는 그 고개가 힐링의 코스로 바뀌었다. 이 고개를 넘어 ‘대금동’으로 돌아서 한 바퀴 돈다.

며칠 전 친구하나가 세상을 떠났다. 바로 ‘기철’이의 부친 ‘평환’이가 한 줌의 흙이 되어 그가 고갯마루에 묻혔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요, 생자(生者)는 필멸(必滅)이라! 모든 것은 변한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법이다.

‘평환이’는 ‘풍운아(風雲兒)’였다. 대단한 친구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투사(鬪士)였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었지만 야망은 포기하질 않았다. 인생을 농사에 비유한다. 무엇보다도 ‘자식농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자식농사는 성공하였다. 슬하에 아들이 셋이 모두 영동에서 안경점을 경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장례식 날 묘지에서 아들 ‘기철’이를 만났다. 40년 만에 극적인 만남이었다.

“기철아! 너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야 사과한다.”

“선생님!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친구의 무덤에서 아들 ‘기철’이와 나는, 스승과 제자로서 지극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잘못을 사과하는 선생과 용서하는 제자! 40년 동안 내 가슴에 응어리진 마음이 풀렸다. 그날 장례를 마치고 헤어질 때,‘기철이’는 나에게 아들과 며느리를 소개한다. 그도 벌써 작년에 며느리를 보았다고 한다. 정말 흐믓한 하루가 되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되었다. 평생의 금언으로 고이 간직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짐박골재’ 친구의 무덤을 지켜보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인생이란, 끝없는 시작이요, 자기성찰이요, 각오의 연속이다!”라고 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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