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원래부터 최고 MC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가장 핫한 예능인의 회당 출연료는 지상파 기준 대략 1천만원 이상, 종편은 2천500만원 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장가치는 시청률로 이어지고 시청률은 광고수입 등 엄청난 부가수입을 가져다준다. 이러니 방송사는 비싸지만, 유명한 사람을 써야 한다. TV만 틀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월수입을 계산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어느 자리이건 최고의 위치에 서는 사람은 1% 내외이며, 어느 직업이건 1%에 속한다면 부는 저절로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일반인 평균 월급을 한 회 출연료로 벌고 있다니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30년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주변의 예술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회당 출연료는 보통 20만~30만원  선이다. 더 주고 싶어도 예산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기준으로 1%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시장가치가 뒤따라 주지 않는다.

기를 쓰고 TV에 얼굴을 비치려고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 프로가 막을 내리자 이제는 트로트 열풍이 일고 있다. 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송가인과 임영웅은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시장가치를 높이고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어야 하는 것처럼 기획사와 방송사 역시 이들에게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고 있다.

연예인과 예술인의 경계는 무엇일까. 장윤정은 연예인이다. 그녀의 노래는 예술이다. 그녀의 재능은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그에 따라 부가 축적된다. 반면, A씨는 예술인이다. 그의 연주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시장가치가 낮다. 그래서 그의 행위는 돈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시장경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는 문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선전문구와 같은 공허한 말들은 소용이 없다.

그런데도 예술인의 품격을 지키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인간이 생겨나면서부터 전해오는 예술의 가치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예술만의 공간이 존재한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간에 그 가치를 지키며 시장 변두리에 존재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처럼 우리가 그 존재를 무시한다면, 물질만능이 대세인 세상은 자본과 AI가 지배하는 사막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인의 가치는 누가 알아줘야 하는가. 국가가 알아서 복지재도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하는가.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예술인이 어려움에 처했다. 정부도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신진 또는 미혼인 예술인처럼 경제적 부담이 덜한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위소득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는데, 범위 안에 들려면 절대로 가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수입으로 살림을 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예술인을 사회 취약계층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면 평소에도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술인도 ‘다른 계층에 비해 무르고 약하여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계층’이다.

자본의 가치에 편승하지 않는 예술인의 가치는 찾을 수 없는가. 없다. 스스로 가치를 올려 유명인이 되고 몸값을 올려야 한다.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아사(餓死)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