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주태가 목상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가요?”

“지 애비 때부터 관아 아전을 했으니 기본 땅이야 물러 받았겠지만, 지금의 청풍도가를 일구는 데는 나무장사가 큰 힘이 되었지.”

“그런데 왜 목상을 접었는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놈이 여간 약삭빠른가? 돈 버는 일이라면 재실 신주도 팔아먹을 위인 아닌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요!”

“뗏꾼들 사줏밥 싸가지고 다니며 하는 일인데, 그 목숨값까지 요리조리 빼처먹으며 돈을 모아가지고 이 바닥을 떴지. 참으로 모진 놈이여!”

“그런 인간이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하늘이 있다는 말도 말캉 헛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죄 지을 때마다 벼락이 내린다면 세상에 몇이나 남을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놈은 벼락을 맞아야 하늘 무서운 줄을 알텐데 말여. 뭣보다도 지 뱃대지 채우려고 남 밥그릇 빼앗는 놈, 남에게 일시키고 그 돈 떼어먹는 그런 놈은 하늘이 못하면 사람이 나서서라도 징치를 해야 혀!”

심봉수는 뭐가 서운한 지 청풍도가 김주태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희미하게 물줄기 윤곽이 드러나며 강 양편 치솟은 산들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도 하얀 모래톱이 반짝거렸다. 그 앞으로 동강과 서강 두 물줄기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맏밭이었다.

“내가 여적지 밤길을 수없이 다녔지만, 오늘처럼 달빛이 고맙기는 처음이구먼!”

심봉수는 초행길이 대다수이고 장회부터 영월까지 그 먼 길을 걸어온 동몽회 아이들이 걱정스러웠었는가보다. 그 마음을 에둘러 심 객주는 그렇게 말했다. 맏밭나루가 보이자 이젠 심 객주도 마음이 놓이는가보다.

맏밭나루는 한양의 소금배가 올라올 수 있는 최상류의 가항이었다. 물론 사오백 석을 실을 수 있는 대선은 어려웠고, 수량이 많을 때 이백 여석을 실을 수 있는 중선은 큰 어려움 없이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워낙 물살이 거칠고 올라오는 길이 험해 대부분 수십 석을 실을 수 있는 소선들이 주로 맏밭나루까지 올라와 닻을 내렸다. 그렇다고 맏밭나루가 궁벽한 곳은 아니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이라고 맏밭나루는 영월은 물론 인근에서는 가장 물산 유통이 많은 나루였다. 영월에서 맏밭나루는 숨구멍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월은 산과 물 뿐인 고을이다. 영월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산과 물 뿐, 트인 곳은 하늘뿐이다. 그것도 주변이 온통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조차 빠꼼하다. 영월 안쪽으로 봉래산·발본산·시루산·검각산·국지산·계족산이 닭이 달걀을 품듯 오망하게 둘러싸있고, 그 밖으로 응봉산·완택산·접산·새덕산·다래산·배거리산·오로산·삼태산·태화산·망경대산이 다시 닭을 품는 둥지처럼 크게 둘러쳐져 있다. 산뿐만이 아니었다. 영월은 산 못지않게 물도 풍부했다. 영월은 정선에서 내려오는 동강과 평창에서 내려오는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룬다. 물은 높은 산과 어우러져 깊은 계곡을 만들어내며 물길을 통하지 않으면 쉽사리 닿을 수 없는 곳이 이곳이다. 더구나 태백산과 오대산 사이의 깊은 산중마을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줄기가 첩첩이 가로막혀 동해로 통하기 불가능해 영월의 물길이 아니면 바깥세상과 통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런 영월의 초입에 맏밭나루가 있었다. 그러니 영월의 맏밭나루는 영월 동북쪽 마을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요지에 북진여각의 영월맏밭 임방이 있었다. 그리고 성두봉 객주가 있었다. 여기 산중에서 나는 산물을 막아버린다면 청풍도가에서는 강원도 물산을 구경도 못할 것이었다.

봉화수와 동몽회원들도 본래는 강 하류 임방부터 단속을 하며 영월까지 올라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급한 기별을 받고 예정과 달리 영월의 맏밭까지 급하게 올라온 것이었다. 맏밭나루에는 소선 서너 척과 지토선 여나무 척이 달빛 아래 정박해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내일 날이나 밝으면 훤할 때 오지, 오밤중에 이게 웬 야단이래유!”

성두봉 객주가 놀라서 뛰어나왔다.

“나보다도 저 사람들이 큰 고생을 했으니 자들부터 챙기게!”

성두봉의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심봉수가 봉화수 일행부터 살피라더니 자신도 봉당에 털썩 주저앉았다.

“객주님,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봉회수가 성두봉을 보며 먼저 인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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