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어눌한 조선족 사투리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눌한 말투와 어설픈 화술로 사기전화를 거는 개그맨들을 보면서 “저런 허술한 보이스피싱에 누가 당하겠어”하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면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개그콘서트와 같이 어눌하지도 않고 허술하지도 않다. 인터넷 교환기를 통해 실제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 전화번호를 조작해 전화를 걸고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수법도 이제는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여전히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는 마스크 결제와 관련한 허위 내용이 첨부된 문자를 발송하거나 확진자 정보와 동선 등의 내용이 포함된 문자를 발송해 금융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금융기관이나 정부를 사칭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돈이 급하거나 금리가 높은 사람들은 정부지원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도를 높이면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거나 금리를 낮춰주겠다는 사기수법이다. 혹시나 하면서도 당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면 어떻게 보이스피싱에 당하냐며 피해자의 무지를 비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40~50대 피해금액이 전체의 약 56%에 달한다고 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판단력이 흐려진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당하는 범죄라고도 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각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보이스피싱 수법이 그만큼 정교하다는 의미이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나와 내 가족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충북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만 봐도 그동안 알려진 수법에 피해를 입은 경우였다. 지난 3월에는 20대 2명이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각각 1억 6천만원과 9천만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신용등급을 올려준다며 저축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40대가 2억3천600만원의 피해를 입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며 대출이 많거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송금을 하면 대출을 해줘 신용도를 높여준다거나 금리를 낮춰 준다는 조건 등으로 유혹하는 사기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야 사기수법으로 생각하겠지만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은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위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푸는 경우는 없다. ‘빚 갚아줍니다’는 전화를 경계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알고 있고 경계하고 있지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이다. 나는 아니겠지 하는 자만심이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돈을 송금하기에 앞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융기관 등에 먼저 알아봐야 한다. 경찰은 항상 주민들의 어려움을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고, 보이스피싱 예방 및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상담하고 바로 신고하는 것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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