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현대 사회는 세대 간 간극이 갈수록 더 선명해지고 있다. 여러 세대가 한마당에 어울려 살던 가족제도는 따뜻함과 교육의 기본요소를 자연스럽게 간직한 곳간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애환도 적지 않았다. 세상없이 귀여운 것이 손주이다. 자식은 손주같이 귀여운 걸 모르고 길렀다고도 한다. 오월, 가족의 이야기가 유독 새삼스러워지는 달이다. 개인의 생활도, 가족 공동체의 연합도 중요하다. 세대 간 어울림을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 그림책을 소개한다.

토미 드 파올라의 그림책 ‘오른발 왼발’은 가족이 어떻게 힘이 되는지 이야기한다.

한 할아버지에게 손주가 있다. 할아버지는 손주와 기꺼이 시간을 보낸다. 아기가 자라며 할아버지 발음을 어려워하자 자기 이름을 부르기 쉬운 보브로, 아기 이름은 보비라고 한다. 아이가 더 자라자 할아버지는 걸음마를 가르친다. ‘오른발 왼발’이라고 말하며. 보비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해서 블록쌓기도 함께 한다. 쌓다가 무너질 때 할아버지 응원을 받으며 높이 쌓아 맨 위에 코끼리 블록을 얹으려는데 할아버지가 재채기를 해서 공든 탑이 그만 와르르 무너진다. 그 모습에도 둘은 웃어대며 신나게 논다. 할아버지는 보비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보비는 자기에게 할아버지가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쳐주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답했다. “난 네 작은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단다.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거라.”라고

시간은 아이가 자라게 하고 어른은 노쇠하게 만든다. 보비가 다섯 살 되던 해 할아버지가 뇌졸중에 걸려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어 병원으로 간다. 그날 보비는 먹지도 잠들지도 못한다. 석 달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다. 아빠가 의자로 옮겨 앉혀드려도 아무 말 없이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는다. 할아버지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 무시무시한 목소리로만 들리고 보비는 할아버지가 무섭게 느껴져 방에서 뛰쳐나온다. 할아버지가 왜 그런지 엄마에게 설명을 듣고 다시 할아버지 방에 들어간 보비는 할아버지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걸 본다. 도망가려던 게 아니고 무서워서 그랬다고 자기가 누군지 아느냐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눈을 깜박거린다. 엄마 아빠는 그건 네가 흥분해서 그런 거라고만 한다. 보비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블록상자를 들고 돌아오자 할아버지 입가에 웃음이 작게 비친다. 보비는 얼른 탑을 쌓기 시작한다. 반쯤 쌓고, 거의 끝가지 쌓고, “이제 마지막 코끼리 블록만 남았어요.”라고 말하자 할아버지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 재채기 같은…….

탑이 쓰러지고 할아버지는 웃으며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보비도 웃고 또 웃는다. 할아버지가 곧 나으신다는 생각과 함께. 할아버지는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움직여 밥을 먹자 바비는 기꺼이 그 시중을 든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잔디밭에서 보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뒤 할아버지는 아주 천천히 일어나 말한다. “너, 나 걷자.” 보비는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금방 알아챈다. 할아버지에게 보비 어깨를 짚게 하고 “좋아요, 할아버지 오른발.” 할아버지는 한발을 움직인다. “이번엔 왼발.” 보비의 여섯 번째 생일날 할아버지와 보비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감동밖에. 그 뒤 이어질 내용도 따뜻한 감동이 오래 지속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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