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 달이지만 올해는 조금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께서 허리 통증으로 인해 산책을 할 때에도 오래 걷지 못하시고 몇 번을 쉬었다 가시곤 하셨다. 노화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해 물리치료를 잘 받으시면 좋아지시겠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형이 서울에 있기에 좀 더 시설이 좋은 병원으로 가끔 통원을 하신다고 들었고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오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약물과 물리치료를 해왔으나 차도가 없어 허리 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다. 어머니의 연세도 이제 일흔 중반이다. 어머니의 연세를 그저 수치로만 인지하고 있었고 연세에 비해 어머니는 늘 건강하시고 늙지 않으셨다고만 느끼고 있었던 나였다.

고교시절 허리 질환으로 한동안 학교에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고 질환 치료에 매달렸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의 얘기로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학교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고 그 고통을 이기고자 진통제를 달고 살아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의 고통까지 느꼈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그보다 더한 상황이었기에 혼자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느끼고 계셨을 것인데 나는 그저 적절한 치료와 운동으로 극복해 보라고만 재촉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어릴 적 일들이 떠올랐다. 중고교 시설 하굣길에 비라도 올 것 같으면 어머니께서는 미리 학교로 찾아와 우산을 가져다주고 가시곤 했다. 그런 날은 하교 때쯤 되면 비가 그치는 상황이 많았지만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비 맞지 않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한때 내가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했던 시기가 있었다. 집에서 먼 서울에서 입원 기간 내내 병실 간이침대에서 병간호를 해주시면서 쪽잠을 주무시던 것도 어머니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은 찾아온다. 자녀의 마음에 부모님은 늘 같은 자리에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신들께서는 이제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자녀들은 모르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녀들이 자랐다면 이제는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관심과 사랑을 되돌려 드려야 할 때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지만 자주 찾아뵙지도 못한다. 오늘은 퇴근길에 찾아가 따뜻한 저녁식사라도 같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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