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풍도가에서 골안 뗏꾼들을 매수한 까닭이 뭘까요?”

“매수를 했는지 강압을 썼는지는 알아봐야지.”

“생기는 것도 없이 골안 뗏꾼들이 도가 놈들 말에 순순히 따랐을 까요?”

“그야 모를 일이지!”

심봉수는 영월에 가서 전후 사정을 자세하게 알아봐야 어찌된 것인지 연유를 알게 될 것이라며 봉화수가 쉽게 단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청풍도가 패들이 장바닥에서 굴러먹으며 거칠게 살아왔다고 해도 뗏목꾼들 역시 거친 물살 위에서 사잣밥을 등에 지고 모질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무력과 완력의 차이였다. 무뢰배들과 뗏꾼들이 부닥친다면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을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었다. 그런데 뗏꾼들이 청풍도가 무뢰배들의 명을 따르고 있다면 분명 뭔가 단단히 사탕발림에 넘어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어림짐작일 뿐 영월에 당도해봐야 확실한 것이 밝혀질 일이었다. 봉화수 일행이 영춘임방 심봉수 객주를 따라 남한강 상류 물길을 따라 태화산 기슭의 고씨동굴 턱밑에 다다랐다. 오른쪽으로 물줄길 하나가 큰물로 흘러들고 있었다. 의풍에서 내려오는 옥동천이었다.

“자네들, 김삿갓이라고 들어봤는가?”

느닷없이 심봉수가 옥동천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가 김삿갓인지 뭐신지 어찌 알겠슈?”

“김삿갓이고 똥삿갓이고 다리나 쉬었으면 좋겠구먼유!”

동몽회 아이들이 짜증을 부렸다.

하기야 식전에 장회를 출발해 단양과 영춘을 거쳐 쉬지도 못하고 영월 턱 밑까지 걸어왔으니 지칠 만도 했다. 보통의 나그네였다면 단양을 지나 영춘으로 오는 중간 쯤 어디에선가 하루를 묵었을 것이다. 잘 걷는 장돌뱅이도 장회에서 영춘까지는 무리였다. 그런데 봉화수와 강수 그리고 동몽회원들은, 걷는데 이골 난 장돌뱅이들보다도 더 걸어 영월까지 갈 작정이었다. 그리고 영월이 코앞이었다. 그러니 지칠 대로 지친 것도 당연했다. 모두들 지쳐 파김치가 된 판인데 뜬금없이 무슨 삿갓 이야기를 하니 동몽회 아이들이 속이 치받히는가 보다.

“저기 옥천천을 따라가다 의풍 쪽으로 가면 마대산 아래 의풍이라는 곳에 김삿갓이란 사람의 묘가 있다네!”

심봉수가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삿갓이 뭐하는 사람인가요?”

강수가 물었다.

“영월 사람인데 양반과 부자들을 놀려먹으며 살던 사람이 있구먼!”

“양반과 부자들을 놀려먹다 맞아죽은 게로구먼유.”

“그게 아니라, 그 사람도 집안이 대단한 양반집안이었다는구먼.”

“그런데 왜 같은 양반을 놀려먹어요? 한통속들끼리!”

“그게 아니라, 김삿갓 그 사람도 장원급제를 한 대단한 선비에다 양반인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벼슬길로 나서지 못하고 평생을 갓을 쓰고 팔도를 유람하며 돌아다니다 객사했는데 아들인지 누가 지고와 저어기 의풍 어디에 묻었다는구만.”

“김삿갓인지 뭔지 그 양반이나, 장돌뱅이나 집에 붙어있지 못하고 돌아 댕기다 비명횡사하는 건 똑같구먼요.”

봉화수도 김삿갓이란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인지 객지를 전전하는 장사꾼을 끌어다 붙였다.

“저기 고씨굴에 대해서는 아는가?”

남한강과 옥동천이 만나는 합수머리를 지나자 심봉수가 또 물었다. 심봉수가 이번에는 옥동천 반대편 강가 절벽 위를 가리켰다. 심 객주가 손가락질을 하는 곳을 보니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강가 절벽 끝에 검게 뚫린 큰 구멍이 짐승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설핏 보면 뒤편 큰 산에서 내려오던 맹수가 뭔가를 보고 포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심 객주님은 남의 마을인데도 아는 게 참 많습니다. 그래, 저 굴은 또 무슨 굴입니까요?”

“형님, 굴이 굴이지 무슨 굴이 있답디까?”

봉화수의 물음에 강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흘려 물었다.

“저게 보통 굴이 아니여. 사람 목숨을 살리는 굴이여!”

심봉수가 절벽 위 굴을 향해 합장을 하며 대답했다.

“굴이 무슨 수로 사람을 구한단 말입니까? 객주님은 풍도 심하십니다!”

강수가 이번에도 심봉수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사람만 사람을 구한다더냐? 호랑이가 사람을 구한 얘기도 있고, 까치가 사람을 구한 얘기도 있고, 두꺼비가 사람을 살린 얘기도 있고 한데 굴이라고 사람 구하지 말라는 법 있더냐?”

심봉수가 강수를 몰아붙이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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