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런데 강수야, 이상하지 않느냐?”

“뭐가 말입니까, 형님?”

“목재라면 영춘에 심 객주가 계시는데, 어찌 영월 성 객주한테 가라고 하느냐. 성 객주는 목상이 아니지 않느냐?”

“분명 대행수께서 그리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수도 그 연유는 알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뭔가 이상하구나.”

불현 듯 봉화수는 뭔가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영월을 가려면 반드시 영춘을 거쳐야했다. 봉화수도 영월로 향하며 영춘 용진나루의 심봉수 객주를 뵙고 혹시 영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후 사정을 들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영월이나 영춘에서 목재에 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심 객주가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둘러 장회를 출발하고 급하게 길을 재촉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북벽을 바라보며 잠시 쉬다 생각하니 목상인 영춘의 심 객주가 아니라 영월로 가라는 말이 뭔가 좀 이상했다.

“다들, 일어서거라! 아무래도 영춘으로 빨리 올라가봐야겠다!”

봉화수가 늘어져 있는 동몽회원들을 재촉했다.

봉화수 일행이 향산에서 영춘으로 가는 중에도 강변이나 산기슭에서는 화전을 일구는 연기가 곳곳에서 솟고 있었다. 경상도 순흥에서 영춘, 단양, 장회, 수산, 한수, 살미로 해서 충주로 이어지는 육로는 나라에서 관리하는 큰길이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골에서 숨어 개간하던 화전이 이제는 사람왕래가 빈번한 큰길 언저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양을 지나 영춘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사방이 화전 밭이었다. 영춘에 들어선 봉화수는 곧바로 심봉수가 있는 용진나루로 갔다.

“저어기를 보게!”

심봉수가 봉화수에게 용진나루 강변을 가리켰다.

“……?”

봉화수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이제 곧 장마가 질 걸세. 그러면 갈수기라 한동안 띄우지 못했던 뗏목들이 부지기수로 내려갈 걸세. 지금쯤 저기에는 나무들이 산처럼 쌓여있어야 하는데 나무가 없어!”

“영월에서 떼가 안 내려와!”

“왜요?”

“그래서 성두봉이가 대행수한테 급히 기별을 했다고 그러더구먼.”

“영춘에 떼가 없는데, 왜 영월 성 객주께서 여각으로 연락을 했단 말인가요?”

봉화수는 심봉수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월 뗏꾼들이 떼를 안 몰어!”

“듣자하니 청풍도가 놈들이 몰려와 영월 뗏꾼들을 매수했다나 어쨌다나…….”

심봉수도 영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지는 못한 눈치였다.

“심 객주께서 부리는 뗏꾼도 있고, 영춘에도 뗏꾼들이 많을 테니 그들을 데리고 올라가면 될 일 아닙니까?”

“그리해도 된다면 영월 성 객주가 내게로 직접 기별을 했겠지, 대행수한테 연락을 했겠는가? 영월 골안 뗐꾼이 있어야지, 여기 뗏꾼으로는 안 돼! 그건 말꾼에게 나귀를 몰라고 하는 거나 한 가지여!”

말꾼이라 해서 나귀를 몰지 못하거나, 나귀꾼이라 해서 말을 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뗏목은 좀 달랐다. 떼는 본떼와 골안떼가 있었다. 두 떼를 모두 모는 뗏꾼도 있었지만 대체로 본떼와 골안떼를 모는 뗏꾼은 나눠졌다. 그 이유는 물길의 사정에 있었다. 보통 남한강은 북한강과 합쳐지는 두물머리에서 영월 동강과 서강이 합쳐지는 영월 덕포까지였고, 덕포부터 정선 아우라지까지를 동강이라 했다. 동강을 내려오는 떼를 골안떼, 남한강을 따라 한강의 마포까지 가는 떼를 본떼라 했다. 동강은 물길도 좁고 유속이 빨랐기 때문에 떼는 작았지만 위험이 커 그 물길을 잘 아는 그 마을 사람들이 적격이었다. 그러다보니 떼 모는 일로 이골이 난 뗏꾼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타관 설익은 뗏꾼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골안 뗏꾼을 청풍도가에서 매수하여 일을 막고 있으니 심봉수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나무장사를 망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하든 청풍도가 놈들을 몰아내야 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