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동로 사냥꾼까지 가죽을 가지고 장회로 오는 것을 보니 객주님 명성이 고을 원님보다도 높습니다요!”

봉화수가 임구학을 띄워주었다.

“장사꾼 주제에 우째 고을 원님과 견주겠는가. 그렇지만 가죽이라면 경상도는 물론 강원도까지 삼도 사냥꾼이 날 찾아오니 관찰사도 모자라지 않겠는가?”

임구학이가 가지껏 허세를 부렸다.

“객주님, 족제비 가죽 한 장이라도 청풍도가로 들어가지 않게 단단히 해주셔요.”

“이르다뿐이가! 내 관할에서 이뤄지는 가죽 거래에서는 족제비 가죽은 물론이고 꼬리털 한 개도 그리로 가는 일이 없을 걸세!”

“객주님께서 그리 말씀해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청풍도가 모가지를 숨도 쉬지 못하도록 밟아놔야 합니다!”

봉화수가 재차 다짐을 받았다.

“알겠네! 이제 며칠 상간에 가죽 작업장도 마무리될 텐데 어디로 갈 것인가?”

임구학이가 이엉이 얹어지고 있는 작업장을 보며 물었다.

“하진 우 객주님 임방으로 가려 합니다.”

“그다음에는 어딘가?”

“강 상류로 가 영춘과 영월로 갈 것입니다.”

“강원도와 경상도 물산을 틀어막을 심산이구만!”

“그렇습니다요. 그런데 문제는 청풍도가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빨리 해치워야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그놈들이라고 눈이 없고 귀가 없겠습니까?”

“하기야 남 목줄을 죄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하는데, 그놈들도 사방에 눈이 한두 개가 아니니 우리 쪽 거동을 살피는 놈이 있는 건 당연지사겠지.”

“대행수께서 염려하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장마당이나 산지에 사람을 풀어 물산을 선점하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우리 북진여각의 힘이 청풍도가에 미치지 못하기에 각 임방을 확충해서 장꾼들로 하여금 이리로 몰리게 하려는 거지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청풍도가가 아주 어려운 곤경에 처해있어 장마당 돌아가는 형편이나 우리 움직임을 세세하게 살필 겨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네. 하지만 장사꾼들은 코가 개 코고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을 항상 염두 해두게! 수십 년 간 장사를 해온 사람들은 조그만 움직임도 뭔가 달라지면 바람결이라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명심하겠습니다, 객주님!”

“작업장 진척을 보니 한 이틀이면 마무리도지 않겠는가? 대행수께도 고맙지만, 자네들이 애썼네. 자네들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는데 참으로 고마우이!”

“그게 저희들 맡은 일이니 너무 맘 쓰지 않아도 됩니다. 객주님은 작업장을 지은 문제나 대행수께 잘 말씀드려주세요!”

봉화수가 임방 확충 대신 작업장을 바궈 지은 문제에 대해 최풍원에게 잘 말해줄 것을 임구학에게 당부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장회임방 가죽 작업장은 빠르게 진척되어 지붕은 완성이 되었고 바람을 막을 한쪽 벽만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무렵 북진에서 강수가 장회임방으로 달려왔다.

“화수 형님! 영월로 빨리 올라가랍니다!”

강수가 최풍원의 전갈을 전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청풍 도가에서 영월 산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답니다!”

“영월에는 성 객주께서 있지 않느냐?”

“성 객주님만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급하게 전갈이 왔답니다. 그래서 형님 아이들과 저 애들까지 함께 가라고 대행수께서 보내셨습니다.”

강수가 장회임방 바깥에 모여 있는 동몽회원들을 가리켰다.

“일이 몹시 급한가 보다. 임 객주님, 지금 당장 떠나야겠습니다!”

“저 정도면 여기 일은 내가 마무리해도 되니, 한시라도 빨리 떠나게!”

임구학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재촉했다.

“임 객주님은 하진임방에 들려 우 객주께 사정을 말해주시고 그쪽에 나오는 물건이 청풍도가로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주세요!”

봉화수가 급박한 중에도 하진임방에서 할 일을 임구학에게 부탁했다. 그리고는 급하게 동몽회를 끌고 급하게 영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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