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지긋이 눈을 감고 기억에도 멀어져 간 내 고향의 강이 그립다. 살아온 긴 세월을 되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향수에 빠져든다.

태백산 산골짜기에서 시작한 실개천이 모여 강을 이루고 그것이 천해의 절경 도담삼봉, 구담봉, 옥순봉을 감돌아 청풍 나루터에 이른다. 뱃길 따라 오가는 사람들과 자동차까지 강을 건네주던 북진나루 사공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정든 고향 땅을 떠나올 때 서울이 좋다하고 멀리 떠나간 다정했던 이웃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고요하고 유유히 흐르던 정든 그리운 고향의 강! 충주호 깊은 물에 묻어두고 떠나온 수몰민의 아픈 마음 가슴에 묻고 살아온 세월이 그 얼마만이던가 던가. 강여울에 물소리 들으며 낚시로 잡아 올린 쏘가리 매운탕 끓여놓고 술잔을 주고받던 고향의 벗과 함께 노래하며 즐기던 우정! 강가 언덕에 두고 온 그리움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도 충주호 유람선 타고 그곳을 지날 때면 안개 낀 호수 속에 그림자라도 보고픈 강이었다. 그리움으로 외로워했고 사랑으로 아파했던 옛 추억이 두고두고 내 가슴을 적신다.

나는 신라시대 우륵이 가야금을 울렸다는 탄금대가 있는 유서 깊은 고장 충주에 자리 잡고 살았다. 주말이면 달래강변을 가족과 함께 찾아가 다슬기 주어 나르고, 노루목 여울에 그물치고 줄낚시로 물고기 잡던 즐거운 추억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도심 근교를 흐르는 달래강이 남한강과 합수가 되는 탄금호수는 한복의 그림 같은 호반의 도시다. 잔잔한 호수에 물새들이 때를 지어 나르고, 노저는 조정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에서 희망의 꿈을 꾸는 강이었다. 지금은 이곳이 조정지 댐이 되어 세계 조정 경기장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바다가 없는 충북, 남한강을 막아 충주호를 만들었고, 금강을 막아 대청호를 만들어 바다를 그리워하는 충북이 고장 사람들의 갈증을 덜어주었던 곳이 아니던가. 충주호 관광 유람선을 타고 월악산 등산길에 오르며 단양팔경을 돌아보는 뱃길은 산마을 사람들의 가슴을 활짝 열어주듯 시원한 느낌을 준다. 파도치는 바다가 동(動)적이라면 호수는 정(靜)적이 되리라. ‘내 마음은 호수요’하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 고장 사람들은 호수같이 맑고 잔잔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니 예로부터 인심 좋고 인정 많은 청풍명월의 고장이 아니던가. 개천에 흐르는 작은 물이 흘러 강물이 되듯 호반의 도시 충주에서 30년을 살아온 정을 두고 떠나왔지만 달래강 여울 물소리는 아직도 내 가슴을 울린다.

청주를 찾아 살아온 지 20년을 넘었지만 지금까지 강여울 물소리는 들을 길이 없다. 흐르는 강여울 물소리가 소곤대듯 살아온 세월의 강! 오순도순 인생의 삶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가는 곳 마다 호수요 맑고 잔잔한 물그림자뿐이다. 고향의 강 물소리가 그리워지면 청천 화양곡이라도 가 볼까. 속리산을 찾아갈까. 도심 한 복판을 흐르는 무심천변을 걸으며 여울진 작은 물소리가 옛 고향의 강여울 물소리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창살 없는 감옥 같지만 그래도 마스크 쓰고 무심천 둑길 따라 십리 길을 걷고 싶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날이면 벌 나비처럼 날아가 꽃잔치 향연에 푹빠지고싶은 마음이다.

아침 해가 뜨기전에 우암산 길을 오르며 건강을 다질 때만 해도 옛날이었다. 지금은 내 몸과 마음이 자꾸만 작아지는 것 같아 체육공원 흥덕사지 뒷산만을 오르내리며 날로 달라지는 도심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날이 발전하는 고향의 강! 충북의 청주, 미래의 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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