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45년 전국시대, 위(魏)나라 문후(文侯)는 인재등용에 탁월한 군주였다. 특히 신하 이극(李克)을 중용하여 나라의 경제를 부흥시켰고, 그 덕분에 주변 어느 나라보다 군대가 강성해졌다. 또한 이전에 잘못된 법과 형벌을 바로 잡아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법제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생활이 편해졌다.

그 무렵 업 지역을 다스리는 서문표라는 수령을 처벌해달라는 상소가 올라왔다.

“서문표가 부임한 이래로 고을창고에 곡식이 없고 돈이 없고 회계장부조차 없습니다. 더구나 무기고에 무기마저 없으니 이는 심각한 실정이라 하겠습니다.”

문후가 이를 보고받고 이극에게 조사하도록 명했다. 이극이 곧바로 현지에 가서 보니 상소의 내용과 상황이 똑같았다. 서문표를 불러 질책하며 말했다.

“이전에 그대가 유능하다고 하여 업 지역을 맡겼는데 어찌 이토록 고을이 텅 빈 것이냐?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목이 달아날 줄 알아라.”

그러자 서문표가 대답했다.

“저는 고을창고를 채우기보다 백성들의 살림을 부유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창고가 비었고 장부가 필요 없고 무기고가 빈 것입니다. 제가 북을 치면 백성들은 고을에 위기가 닥친 것으로 알고 바로 달려와 고을창고와 무기고를 채울 것입니다.”

서문표가 바로 북을 울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무장한 백성들이 모여들었고 고을 창고는 곡식으로 가득 찼고 무기고는 날카로운 병장기로 가득 찼다. 이에 이극이 크게 놀랐다. 처음의 태도를 바꾸어 도리어 서문표를 크게 표창하였다.

그 무렵 다른 고을의 수령 해편은 세금을 거두는데 소질이 뛰어났다. 그가 회계보고를 하는데 작년보다 수입이 세 배나 늘어났다. 이에 이극이 해편에게 물었다.

“고을 땅이 더 넓어진 것도 아니고 전보다 인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어찌 고을의 수입이 이토록 늘었단 말인가?”

해편이 대답했다.

“올해는 풍년이 들어 많이 거둔 것입니다. 또한 겨울에 나무를 베어 봄에 내다판 덕분에 수입이 늘었습니다. 어찌 법을 어기면서 백성들의 이익을 더 거둘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이극이 바로 해편을 책망하였다.

“백성은 봄이면 땅을 갈아 힘들고, 여름에는 김을 매어 힘들고, 가을에는 수확을 하니 힘들 것인데 어찌 겨울에 나무를 베도록 하여 쉬지 못하게 하였는가? 백성들이 피폐해지도록 세금을 거뒀으니 이는 악랄한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이극은 해편을 바로 파면하고 말았다. 당시 문후가 추구하는 개혁정치는 백성을 강제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지지를 받는 것이었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변법자강(變法自彊)이란, 낡은 법과 제도를 바꿔 나라를 강하게 한다는 뜻이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우선 백성이 부유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려면 부정부패가 사라져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나라 백성 모두가 잘 사는 일에 진력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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