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역사상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세계가 음울하다. 그러나 자연의 생명력은 역시 확실한 위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봄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리고 출구를 못찾고 힘겨운데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사라 스튜어트의 ‘리디아의 정원’은 위안이 될 만하다.

암울한 시절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주인공 리디아는 도시에 사는 외삼촌집으로 살러간다. 할머니가 챙겨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꽃씨가 전부였다. 외삼촌댁에 도착한 리디아는 무뚝뚝한 외삼촌의 빵가게 일을 도우면서 지내게 된다. 힘들게 일을 하는 틈틈이 주위 모든 곳에 할머니가 보내준 꽃씨를 희망처럼 심는다. 도시에서 한해 겨울을 지낸 리디아는 어느 날 버려진 옥상을 변화시켜 우울한 외삼촌을 웃게 하자고 결심하고 멋진 계획을 세운다. 삭막하고 지저분한 옥상은 리디아의 열성으로 온갖 꽃과 열매들이 가득한 멋진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드디어 외삼촌을 초대한다.

일주일 후 외삼촌은 꽃으로 뒤덮인 케이크를 리디아에게 건네며 아버지가 취직이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리디아를 포근히 안아준다. 따스한 외삼촌의 사랑을 뒤로 한 채 리디아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 할머니의 농장을 향한다.

책 표지는 차가운 철제계단과 음산한 도시가 배경이다. 그 안에 리디아가 들고 있는 노란 꽃 화분 하나는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리디아 정원사가 어떻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가는지 궁금해진다. 시간과 공간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이 안 보이는 암울함이 현재와 닮아있다. 이 책에서는 꽃이라는 걸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몰려와 바이러스가 번질까봐 걱정되어 꽃밭을 갈아엎는 현실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그러나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하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린 리디아는 아이 힘으로 희망을 가꾸는 일을 했다. 꽃씨를 심는 일을 할 수있다면 그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나,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는 도시의 살림살이로 사는 이들은 흉내도 내볼 수 없겠다.

작은 화분을 하나씩 선물하거나 갖는 일은 해볼 수도 있을까. 희망처럼 일상처럼 물을 주고 햇빛을 보여주면서 불안하고 불편한 일상에 생명의 위안을 도입해 보는 건 가능하지 않으려나.

마스크를 단단히 하고 화원 앞을 서성이면서 맘에 드는 식물을 미리 고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 재빨리 계산을 하고 화분을 받아들면 그 때부터는 세상 귀한 반려식물 삼아 정성을 들여보는 것은 또 어떨까. 식물에게 들려준다는 핑계로 노래도 그 앞에서 한 곡씩 부르고 매일 예쁜 단어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100개씩 말해주는 그런 심심 파적도 위기와 어려움에 도움이 되지 싶다. 그러다가 잘 자란 화분을 창가에 놓아본다면 하나 하나가 더해져 예쁜 거리가 만들어지고 흐뭇한 웃음이 도시에 퍼질 때쯤 바이러스도 끝나지 않을까.

곡우에 내려주는 봄비가 감사하니 화단이 있어 머잖아 꽃피우도록 꽃모종도 할 수 있다면 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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