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기도 하고 출연한 한국인들 못지않은 입담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을 먹기 위해 젓가락과 수저를 사용하는 걸 보면서 ‘왜 저렇게 젓가락질을 못하지?’, ‘외국에는 젓가락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번 쯤 해 보았을 것 같다.

젓가락 문화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젓가락연구소’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이종수’씨(참깨비도서관장)가 글을 쓰고, 디자이너 ‘임성수’씨가 일러스트를 담았으며,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관련 사진을 모아 젓가락에 대한 기원, 젓가락을 사용하는 의미, 젓가락사용이 음식문화와 우리에게 미친 영향, 세계 여러 나라의 젓가락 문화 등을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청주의 유물, 유적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청주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토탄)은 벼농사가 인도와 중국에서 5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 것으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17000년 전에 벼농사가 한반도 청주에서 이미 시작됐으며,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소로리 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공인됐다는 것은 젓가락 문화가 이와 동시에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사실이다. 또한 청주 명암동에서 출토된 제숙공처 젓가락, 고려가요 동동에서 볼 수 있는 분디나무 젓가락은 생명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청주의 젓가락 문화를 보여주며, 흥덕사 직지심절요체(직지심경)을 인쇄하면서 금속활자를 젓가락으로 옮겼던 모습을 통해 젓가락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젓가락 문화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동아시아 한·중·일은 젓가락 문화를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그 길이와 재질, 쓰임새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이렇게 독자적인 듯, 같이 발달해 온 젓가락 문화를 동아시아 3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하려는 노력은 젓가락 문화가 단순히 음식도구로서의 의미에서 벗어나 인류 역사 발전과 함께해 온 문화의 도구라는 점이다. 공예로 유명한 청주가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젓가락 문화를 개발하고 세계화 시키는 노력을 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젓가락의 기원, 젓가락 쓰는 법, 식사예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처음엔 단순히 아동교육 도서라 생각했던 ‘재미있는 젓가락 이야기’라는 책은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젓가락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주고 청주라는 도시의 젓가락 문화가 얼마나 발달되어 있고 자랑스러운 것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가볍게 시간을 내어 볼 수 있는, 그러나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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