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 200년 삼국 시대, 여몽(呂蒙)은 오나라의 용맹한 장수이자 군사 최고 직위인 대도독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어려서는 집안이 가난하여 제대로 배운 바가 없었다. 19살 무렵 멀리 강동에 사는 매부가 손책의 부하로 있다는 말을 듣고 달리 먹고살 방도가 없던 터라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에서 매부를 따라 전쟁에 나섰는데 그 용맹함이 어느 누구보다 출중했다. 손책이 이를 보고 여몽을 발탁하였다.

손책이 죽고 그 아우 손권이 집권했을 때 여몽은 많은 공을 세웠다. 강하태수 황조를 정벌하였고, 적벽 전투에서 공을 세웠고, 조조가 유수구에 쳐들어오자 이를 크게 물리쳤다. 또한 손권이 합비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여몽은 누구보다 싸움에는 뛰어났다. 하지만 콤플렉스도 있었다. 글을 잘 몰라 학식이 없었던 것이다. 한번은 손권이 여몽을 불러 권유하였다.

“여몽 그대가 책을 좀 읽으면 오나라의 군사와 정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오.”

그러자 여몽이 대답했다.

“군영에서 업무도 제겐 벅찹니다. 어찌 책 읽을 여가가 있겠습니까.”

이에 손권이 훈계하였다.

“내 말은 학문을 익혀 박사가 되라는 말이 아니오. 책을 읽어 옛일을 두루 알라는 것이오. 그대가 일이 많다고 해도 나만 하겠소? 나는 어린 시절에 사서오경을 배웠지만 지금도 틈틈이 글을 읽고 있소. 특히 병법서를 읽으면 전쟁에 많은 도움이 되오. 공자께서는 종일 사색하는 것은 배우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소. 이전의 광무제는 군영에서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조조는 늙어서도 배움이 좋다고 하였소. 그대는 머리가 좋으니 한번 노력해보시오.”

이에 여몽이 비로소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몇 년이 지나자 그 경지가 학자들을 뛰어넘었다. 하루는 대도독 노숙이 여몽이 박식해졌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말을 나누어보니 정말로 이전과 달랐다. 노숙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무예만 뛰어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참으로 박학다식하오. 예전의 장수 여몽은 어디 간 것이오?”

손권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조정에서 여몽을 칭찬하였다.

“여몽처럼 나이가 먹고도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한결같은 사람은 없다. 이제 오나라의 뛰어난 선비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219년, 촉나라의 관우가 위나라의 번성을 공격하였다. 여몽이 그 틈을 노려 촉의 형주를 점령하고 관우를 사로잡아 처형하였다. 하지만 이후 여몽은 병을 얻어 관직에서 물러났다. 손권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천하의 명의들을 불러 여몽의 병을 치료하도록 했으나 끝내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때 사람들이 관우의 귀신이 여몽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하였다. 이는 삼국지(三國志)에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한 가지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여 실력이 늘어 상대가 눈을 비비고 대한다는 뜻이다. 배움에는 나이와 자격이 없다. 또 좋아하는 것을 배우다보면 인생의 기쁨을 알게 된다. 마침 꽃피는 봄이니 책을 펼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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