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3년 맞은 충남도립대 허재영 총장]
지키면서 변화하려는 노력으로 수도권 독점 교육 현실 극복
공립대 역할과 방향 구체화해 새로운 교육 담론 힘 모을 것

[충청매일 박승민 기자]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을 만나 지난 3년간의 변화와 위기 등 코로나19 이전의 사회·경제 체계는 이후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들어봤다.

 

●취임 후 3년이 지났다. 그간 소회는.

취임 후 벌써 3년이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너무 빨리 지난 것 같다.

그동안 22년 대학의 전통을 결산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이뤄낸 성과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대학 중장기발전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학과별 특성화 전략과 대학혁신사업을 구체화했다.

정보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창의·인성 교육을 위해 미라클라이프 프로젝트를 최초로 도입했고, 다변화하는 학생들의 취향을 끌어내기 위해 RC(레지덴셜칼리지)를 운영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의 당위적 역할에 집중했다.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지역과 교육 기관이 손을 잡고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노력으로 충남도립대가 좀 더 역동적인 대학이 됐다고 자부한다. 전통에 기대어 실력을 높였고, 새로운 가치와 전망을 그려내는 3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변화와 위기의 시기에 총장을 맡았다. 어깨가 무겁지 않았나.

온고지신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키면서 변화하기'가 온고지신의 핵심이다. 그동안 총장으로서 전통과 역사의 골격을 유지하며 새로움을 창조하려 노력했다. 지키면서 변화하려는 노력에는 외줄 타기와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우리는 갈래 길에 서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전에 없는 교육과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한 길이라면, 다른 한 길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다. 또 다른 갈림길은 전문대이면서 공립대의 길이다. 이 둘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전문대는 실용이 우선이지만, 공립대는 공공성이 요구된다.

현재 주어진 기존 체제에 따라 경쟁력을 높이고 실용대학으로 명성을 높여야 할 과제는 지금의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의 공적 가치를 제시하는 일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전문대로써 명성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대학의 위상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하나 가벼이 할 수 없다. ‘지키면서 변화하기'의 지혜를 찾아가고 있다.

충남도립대는 충남도민이 설립한 우리 지역 대표 공교육 기관이다. 특히 수도권과 시장에 독점 당한 교육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이 돼야 한다. 공립대의 역할과 방향을 더욱 구체화해 새로운 교육 담론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려 한다.

●1998년 오지개발촉진법을 근거로 세워진 도립대는 설립 취지가 특별하다. 그러나 기존 대학과 같은 경쟁구조를 강요받고 있다. 공정경쟁을 이유로 공무원 특채 폐지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렇다. 충남도립대학교는 지역균형 발전을 상징하는 대학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자원이 수도권과 도시로 집중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보상은 윤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많은 것을 내어준 지역은 마땅히 균형발전의 기회를 받을 권리가 있다.

특채는 그동안 어려운 지역에 균형을 이뤄주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경쟁을 이유로 특채를 없애려 한다. 이는 기계적인 기회 균등이다. 이는 시골·저소득층 자녀에게 주던 희망의 사다리를 냉정하게 차버린 것이다. 기계적인 기회 균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농어촌과 장애인 전형도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시골 학생들의 희망의 사다리를 위해 그동안 시·군을 찾아 특채를 요청했으며, 동의해 주셨다. 특채 공무원은 지역에 대한 헌신적 노력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는 특채가 없었지만, 과거 어느 해보다 공무원 합격률은 높았다. 그동안 특채를 목표로 많은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실력은 특채라는 자극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채는 바늘로 찌르는 자극이라 할 수 있다. 이 바늘을 빼면 자극을 못 느낀다. 이게 걱정이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와 행안부를 찾아 특채 유지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총장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지역사회가 힘을 합해 대응해야 한다.

●충청정체성 연구를 제안하신 바 있다. 도립대의 역할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극단으로 내달리고 있다. 정치적 극단, 경제적 극단은 건강한 공동체성을 훼손하는 위협이 된다.

어느 시기보다 균형이 필요한 때다. 니체는 균형의 의미를 극단을 수용하는 힘이라 했다. 중심이 되는 정신이 필요하다.

충남은 과거 동아시아교류왕국 거점으로 차이와 다름을 포용하고 함께 성장한 열린 정체성의 지역이다. 오래된 과거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다름과 차이를 포용하고 극단의 중심을 잡아 줄 열린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갈 준비가 시급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해 충청정체성 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충남과 충북, 대전과 세종 시·도지사와 함께 충청정신을 확립하기 위한 포럼을 발족했다.

충남도립대는 충남 대표 공립대로 충청정체성을 연구하고 구성할 위한 의무가 있다. 다양한 기관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며, 충청정체성 교육을 위한 무대로 활약해야 한다.

●국가물관리위원장이 되셨다. 대학의 경사이자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지역 대학의 총장이 다른 기관장이 되는 것은 대학 발전의 시너지를 높일 기회가 된다.

일례로 최근 청양의 사회적경제혁신센터 유치를 들 수 있다. 사회적경제혁신센터 유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청양군에 제안했다. 총장이 국가물관리위원장이니 함께 산자부 장관을 만나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협업의 시대다. 나와 함께 하는 파트너의 실력이 곧 나의 실력인 시대다.

도립대는 지난해 K-WATER와 LH공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앞으로 여러 기관과 교류와 협력을 높일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사태가 사회·경제 체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태 이후 어떤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국제무역을 통해 먹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코로나로 국제무역이 크게 위축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

대안은 단순명료하다. 우리끼리 먹고살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정도의 사회체계를 갖춰야 한다.

너무 수출에 매달려 왔다. 수출이 끊겨도 스스로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말로 자생력이라 하겠다. 다른 교훈은 재난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장착하는 것이다. 재난은 막는 게 가장 좋지만, 막지 못할 수 있다. 재난을 계기로 우리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대응으로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사회·경제생활 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대비와 각오가 중요하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해다. 역점 추진 과제가 있다면.

역시 충남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위상을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고등학교와 다르다. 단순히 의무교육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부 외에 지역사회 기여라는 또 하나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목표가 있다면 충남도립대를 평생교육의 중심지로 만드는 일이다. 학교 입구에 군유지가 있다. 이곳에 청양군 평생교육원을 건립하고 대학이 운영하는 밑그림을 그려봤다. 평생교육의 기회를 예산과 부여, 보령 등 인근 지역까지 확대해 평생교육 거점을 만든다면 지역사회와 대학에 새로운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 한 가지 있다면 100% 학생 충원이다. 올해 운 좋게 채웠지만, 내년에는 장담하지 못한다. 올해 대전·세종·충청 16개 전문대 중 100% 채운 곳은 우리 대학과 연암대 뿐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청양군 교육 공동체를 이루자는 목표도 있다. 일단 관련 기관 간 협의회는 발족했다. 도립대, 청양군, 청양교육지원청, 정산고, 청양고 5개 기관장의 모임이다. 청양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교육받고 청양에서 직장을 잡는 일은 당연해야 한다. 자꾸 아이들을 도시로 내보내면 청양은 누가 이끌어 가나.

한때 소멸 지역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 없어진 지역은 별로 없다. 미리 포기하지 말자. 지속해서 지역발전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발버둥 치기 위해서는 지역 사람들이 똘똘 뭉쳐 뭔가 해보자는 결의가 선행돼야 한다. 지역 교육공동체 완성이 미완의 과제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기초체력을 다지려 한다. 청양군을 포함한 충남지역을 위해 남은 임기도 변함없이 온 힘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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