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앞막골에서 된 비탈길을 내려와 가마티를 거쳐 서튼을 지나자 대전과 두향으로 가는 세 갈래 길이 나왔다. 장회를 가려면 두향 방향으로 가야 했다. 봉화수는 삼거리에서 두향 쪽이 아닌 반대 방향의 대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재, 장회로 가려며 저리로 가야하는데 왜 반대로 간다요?”

동몽회원이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대전부터 좀 들렸다 가야겠다.”

“대전은 왜유?”

“거기서 인삼 농사 짓는 언구를 잠시 만나고 장회까지 가야하니 좀 서둘러야겠다!”

봉화수가 말을 마치자마자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언구는 대전에서 대대로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이었다. 언구는 덕산임방의 임칠성 객주와 연결되어 있어 따로 단속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 전갈을 하고 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장회로 가는 길이 서튼에서 두향으로 바로 가는 것이 빠르기는 했지만 대전을 들른다 해도 대전에서 양당을 거쳐 고평으로 해서 간다 해도 그렇게 길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덕산 임 객주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전이 가까워지자 해를 등진 삼포가 산비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시 인삼 곳답게 대전은 눈가는 데마다 삼밭 천지였다. 삼밭마다 열매가 빨갛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삼포에서는 열매를 따는 데가 있고 어떤 삼포에서는 낫으로 열매가 달린 줄기를 전부다 쳐내고 있었다. 열매를 따는 것이야 이해가 갔지만 쳐내는 것은 알 수 없었다.

“그걸 왜 전부 잘라버리는 거요?”

봉화수가 걸음을 멈추고 삼포에서 낫질하는 농부에게 물었다.

“딸을 말하는 거유?”

낫질하던 농부가 잠시 손을 놓더니 되물었다.

“딸이라니요?”

봉화수도 농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이게 딸이라우.”

농부가 빨간 인삼 열매를 가리키며 답했다.

“맞소! 아까 오며 보니 저기서는 그걸 따고 있던데, 여기는 그걸 왜 전수 다 쳐버리는 거요?”

“거기는 딸을 쓸 일이 있어 따는 것일 테고, 우리는 뿌리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딸을 쳐버리는 거라우. 그런데 어딜 가는 객들이우?”

답을 하던 농부가 갑자기 봉화수 일행의 행선지를 물었다.

“언구 양반을 찾아가는 길이외다.”

“아까 점심나절에 보니 언구는 저기 삼포에서 일을 하더니만, 안직두 거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소이다.”

농부가 건너편 언덕배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언구가 일하는 곳을 알려주었다. 봉호

수 일행은 농부가 알려준 대로 발길을 옮겼다.

“이런 산골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소이다!”

언구가 삼밭에서 일을 하다 봉화수 일행을 보고 서둘러 삼포를 빠져나왔다.

“그간 별고 없으신 게요?”

봉화수가 인사를 차렸다.

“농사 짓는 놈이 농사만 잘되면 달리 걱정거리가 뭐 있겠는겨.”

“그 이후 청풍도가에서는 더 이상 집적대지는 않았는지요?”

“대행수님 덕분에 빚져서 코 꿰인 것도 전부 갚았는데 지놈들이 뭘 더 어쩌겠는겨.”

“그래도 도가 장사꾼들은 드나들 것 아니요?”

“들어오면 뭐 할 거유. 여기 사람들 그동안 청풍도가에 당한 것이 지긋지긋해 도가 소리만 나와도 체머리를 흔든다오! 이제 곧 삼 수확철이 다가오니 이것들이 군침을 흘리며 마을사람들한테 발림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소!”

언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전리 인삼이 청풍도가로 들어갈 일을 없을 듯 보였다.

“인삼 수확은 언제 하는 가요?”

“보통 구시월에 하니 이제 한두 달 남짓 남았구려.”

“여기 삼포도 보니 뿌리를 튼실하게 만들려고 딸을 다 쳐냈군요?”

봉화수가 농부한테 주어들은 이야기를 곧바로 써먹었다.

“아니 장사하는 사람이 딸을 다 알다니 정말 대단하오이다. 또 딸을 쳐내면 뿌리가 실해진다는 것까지 아니 평생 삼 농사 지은 나보다 낫소!”

봉화수가 알고 있는 인삼 지식에 언구가 감탄을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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