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렇게 해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나는 좋지. 대행수 어른의 꼼꼼함을 나는 따라갈 수가 없네!”

임칠성이가 최풍원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그리 표했다.

“덕산은 청풍도가 장돌뱅이들이 들어와 후정거리지 않는지요?”

봉화수가 요즘 덕산 분위기를 물었다.

“여기야 청풍보다 충주 장꾼들이 더 많이 들어오지. 이전에는 청풍 장돌뱅이들이 많이 들어왔었지만 이젠 쪽을 못써!”

“왜 그렇지요?”

“왜 그렇기는. 물건에서 딸리는 거지.”

“물건에서 딸리다니요?”

“청풍 장돌뱅이들은 맨날 그 물건이 그 물건인데, 충주에서 들어오는 장꾼들은 신 물건들을 가져오니 여기 사람들이 지 물건을 그리로 넘기는 것 아니겠는가?”

봉화수는 임칠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 전 황강에서 만났던 경강상인 배영학이를 떠올렸다. 배영학이는 한양에서 거래되고 있는 신 물건을 잔뜩 싣고 왔었다. 청풍도가 김주태는 그 물건을 받아 청풍현감 이현로에게 바치고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급박함을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것을 봉화수가 어그러뜨리고 배영학의 물건을 북진여각으로 가져왔었다. 그리고 상당한 값을 치뤘다. 청풍여각에서도 그런 물건을 본 것은 그대가 처음이었다. 그런 비싼 물건이 덕산 같은 산골에서 거래되고 있다니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청풍은 이 일대를 관장하는 관아가 있는 고을이고 덕산과는 비교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물산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어째서 그런 물건들이 덕산에 들어온단 말이요?”

봉화수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연유를 물었다.

“왜 덕산 촌사람들은 그런 물건을 쓰면 안 되는가?”

임칠성이가 빙긋이 웃으며 되물었다. 그 웃음 속에는 봉화수의 물음 속에 담긴 우월감에 대한 질책도 은연 중 들어있었다.

“그런 비싼 물건이 덕산에 들어왔다니 이상해서 하는 말입니다.”

봉화수가 얼버무리며 대답을 했지만, 그 말이나 그 말이나 그 말이 그 말이었다.

“덕산에는 약초가 유명하다는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그 약초가 있으니 장사꾼들이 산골짜기라도 여기꺼정 찾아오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 그런 물건들이 거래가 된답디까?”

“싸움도 두 놈이 비등비등해야 붙는 것 아닌가. 두 놈 중 한 놈이라도 약하면 결과가 뻔한 싸움을 벌이겠는가. 신 물건도 비사지만 여기서 나오는 귀한 약재들도 그 못지않게 값진 것들이 많으니 거래가 성사되는 것 아니겠는가?”

“충주 장꾼들은 그 물건을 어디서 받아온답니까?”

“경상들에게 받지 않겠는가. 충주야 목사가 다스리는 사방 수 백리 안에서 가장 큰 고을이고 대선이 문제없이 드나드는 남한강 수로가 있어 인근에는 가흥창지가 있고, 남한강 상류 최대의 장인 목계가 있지 않은가. 육로 또한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충주에는 경상들 발걸음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곳 아닌가. 그러니 한양에서 팔리는 물건이라면 금새 충주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임칠성이는 덕산 산골의 약초장사답지 않게 지리를 따져가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발로 밟아가며 알아낸 것이 아니라 덕산에 발 넓은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한 이야기를 듣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 거래는 잘 이루어집니까?”

“얼마 전부터는 약장도 열렸다네! 내가 이날 이적지 덕산서 약장사를 해왔지만 그렇게 많은 약재가 한꺼번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네. 사람들이 갈무리해뒀던 약초를 지고이고 골골이에서 쏟아져 나와 여기 장바닥에 모였는데 장관이었어. 조만간 덕산에도 이런 장이 스게 될 것 같어!”

임칠성은 덕산에 섰던 장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임칭성에게는 덕산에서 약초장이 열리고 타지 장사꾼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임 객주님, 앞으로 여기 덕산이 우리 북진여각에서도 아주 중요한 장사지가 될 겁니다.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고요. 객주님 역할이 매우 큽니다. 그리니 임방 단장을 새로 하고 나면 덕산 근방에서 나는 약초는 객주님께서 주도권을 잡으셔야 합니다. 여각에서도 적극 지원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청풍도가로는 절대 여기 약초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해주기 바랍니다!”

“여부 있겠는가!”

봉화수의 당부에 덕산 임칠성 객주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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