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화수야, 임방객주들을 독려해 청풍읍장이나 도가로 흘러가는 물산을 최대로 막도록 해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기별을 하거라!”

최풍원이 봉화수에게 단단히 일렀다.

봉화수가 장팔규를 불러들여 서창으로 보낸 다음 곧바로 북진을 떠나 열두 개 임방을 돌며 임방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정비를 하는 동시에 청풍도가로 흘러들어가는 물산들도 선점할 것을 객주들에게 당부했다. 철이 농본기라 그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임방객주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장사를 하기 보다는 그저 점방을 지키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이보게 화수, 대행수 어른은 잘 계시는가?”

봉화수가 봉화재를 넘어 덕산에 당도하자 임칠성 객주가 최풍원의 안부를 물었다.

“어르신이야 장 그러하시지요. 그런데 임 객주께서는 어떠하신지요? 덕산은 요즘 매기가 어떠한지요? 덕산은 요즘 어떤 물산들이 주로 나오는지요?”

봉화수가 한꺼번에 여러 물음을 쏟아냈다.

“이 사람아 뭐가 그리 급한가? 명 짧은 사람은 답하다 숨넘어가겠네, 그려!”

임칠성이 손사래를 치며 봉화수를 진정시켰다.

“요새 덕산은 어떠한지요?”

“여기라고 뭐 특별할 게 있겠는가? 한창 농사철이니 일하느라 사람들 왕래도 적으니 당연히 물산 거래도 뜸하다네. 우리 임방도 열어 놓기는 했지만 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임 객주님, 한가할 때 덕산도 점방을 새로 단장하고 사람들 이목을 끌면 장사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봉화수가 임방을 개선하면 어떻겠느냐고 의향을 물었다.

“임방을 개선한다고, 어떻게?”

“임방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덕산임방을 보면 물건을 안에다가만 쌓아놓았으니 겉에서 보면 뭘 하는지 알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 물건들을 풀어 바깥으로 내놓아 지나는 사람들이 여기서 뭘 파는지 알게 한다면 팔 사람이나 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러면 지금처럼 아름아름 아는 사람만 소문을 듣고 여기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오기 쉽지 않겠습니까?”

“장날 가가나 북진 상전거리처럼 물건을 진열해놓으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런 데야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니 그것이 효과가 있겠지만, 여기 덕산처럼 요기 언저리 사람들과 홋간 외지 사람들뿐인데 그게 효과가 있을까?”

임칠성은 봉화수의 이야기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약초를 주로 거래하면서 진열을 해놓는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더 찾아오겠는가 싶었다. 이미 오랫동안 약초장사를 해오며 덕산 언저리에서 임칠성이가 약재장사를 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돈을 들이고 힘을 들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은 한참 농본기라 장사도 잘 되지 않을 때였다. 그저 먹고 살기도 팍팍한 때에 엄한 곳에 돈을 들이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잘 띄게 만들면 장사도 더 잘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행수께서 우리 임방은 청풍도가와는 달리 좀 다른 방법으로 장사하기를 바라십니다!”

임칠성이가 선뜻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봉화수가 최풍원 대행수의 지시란 것을 은근히 밝히며 압력을 넣었다.

“대행수 뜻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대행수께서는 청풍도가 장삿집처럼 장사를 하는 집인지 살림을 하는 집인지 불투명한 것보다는 우리 북진여각 임방들은 누가보아도 확실하게 장삿집처럼 꾸며놓고 장사하기를 바라십니다. 그게 청풍도가와 맞서 장사를 하며 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임방을 꾸미는데 소용되는 돈은 여각에서 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봉화수가 최풍원의 의도를 소상히 전했다.

“그렇다면 알겠네. 장사를 잘해보자고 해서 하는 일인데 동참해야하지 않겠는가. 약초를 갈무리해 파는 곳이니 저기 새물둥치 황 초시네 약방처럼 약재를 천정과 서까래에 주렁주렁 달아매고 마루에도 선반을 만들어 진열을 해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임칠성이가 임방 곳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제 생각에도 그리하면 누가보아도 덕산임방이 약초를 거래하는 곳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요. 그 일을 혼자 하기에는 벅찰 것 같으니 여각에서 데리고 온 저 아이들을 부려 함께 하시면 됩니다. 저도 임방 단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일을 보겠습니다.”

봉화수가 북진에서부터 함께 데리고 온 동몽회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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