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50년 전국시대, 노(魯)나라 도성 남쪽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짐승들이 많아 언제나 사냥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욕심 많은 한 사냥꾼이 짐승들을 모두 잡고자 갈대숲에 불을 놓았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무서운 기세로 숲을 태웠다.

그런데 백성들은 불을 끄기보다는 숲에서 도망치는 짐승을 잡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무도 불을 끄지 않으니 결국 일이 커져 군주인 애공(哀公)에까지 보고되었다. 애공은 곧바로 불을 끄도록 군사들을 보냈다. 하지만 군사들이 가서 보니 백성들은 동물을 잡느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러다가는 불길이 치솟아 궁궐로 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조정에서 이 상황을 보고받자 한 신하가 나서서 대책을 아뢰었다.

“아무리 불이 위태롭다고 해도 백성들은 불을 끄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무런 상도 없고 이익이 없는데 어느 누가 위험을 감수하며 불을 끄려하겠습니까? 하오니 불을 끄는 백성에게는 상을 내린다고 하시면 백성들이 바로 움직일 것입니다.”

이에 애공이 서둘러 명을 내렸다.

“남문의 불을 끄는 백성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

그러자 곧바로 다른 신하가 나서서 반론을 제기했다.

“지금 난리 중인데 어느 백성이 상을 받고자 불을 끄겠습니까? 그리고 행여 불을 끈다고 해도 참여하고 안 하고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으며 누구 공이 크고 작은 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남문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사는데 어떻게 그 많은 상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이에 애공이 당황하여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남문의 불을 끌 수 있단 말이냐?”

이때 다른 신하가 나서서 아뢰었다.

“지금 상황은 상이 아니라 엄한 벌이 필요합니다. 불을 끄지 않는 백성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할 것이라 명을 내리십시오. 백성들은 벌을 무서워하니 공포 심리를 이용하면 불길이 바로 잡힐 것입니다.”

이에 애공이 그 말이 옳다고 여겨 서둘러 명을 내렸다. 그러자 벌에 처한다는 명을 전해들은 남문 백성들의 태도가 바로 달라졌다. 혹시라도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모든 백성들이 불끄기에 나섰다. 이리하여 남문의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바로 꺼졌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란 법을 어긴 자를 엄하게 벌주어 사회에 경종을 알린다는 뜻이다. 특히 법을 이용해 부정을 행하는 고위관료나 타락한 부자와 종교인들을 벌주어 사회에 경각심을 알릴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코로나19 국내 감염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해외 유입을 막는 것이 관건이 되었다. 그런데 해열제를 복용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여 입국검역대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이런 위법이야말로 강력히 처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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