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우리 속담에 ‘우습게 본 나무에 눈 걸린다’는 말이 있다. 하찮게 여긴 것에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4·15 총선을 보면 후보자의 37.5%가 전과 기록이 있다. 후보자 중에는 전과 10범도 있고, 살인 전과도 있고,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대상 범죄 기록을 가진 사람도 다수 있다. 집권당도 100명이나 전과기록이 있는 사람을 공천하고 있다. 법을 어긴 사람들이 법을 만드는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정치를 우습게 보고, 국민을 호구로 본 것이다.

비례대표에 이름을 건 정당이 37개나 된다. 지금 재외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15개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약도 없다.

제출된 공약 중에는 4·15 총선 유권자 4천399만4천247명에게 1억원씩 배당금을 주겠다고 한다. 금액으로 보면 4천399조원이 필요하다. 연 500조원 되는 국가 예산 9년 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학생도 내세울 수 없는 공약이 국가의 대표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주요 정당의 공약을 보면 모두 코로나19에 몰려 있다. 너도나도 준다는 공약뿐이다. 국민의 세금을 자기들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있다. 자기 것도 아닌 것을 자기 것처럼 쓰는 것은 도둑들이 하는 짓이다. 이 모두 국민을 속이고 정치를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발상들이다.

더욱이 이러한 공약을 내건 정당에 국민의 세금인 선거보조금을 주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볼까 낯뜨거운 일이다.

이는 기득 정치세력들이 정치를 우습게 보고 꼼수로 만든 연동형 비례 대표제도의 결과이다. 속담대로 보면 이처럼 정치를 하찮게 여긴 결과는 자신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공천 전까지 양대 정당은 여성 공천을 늘리고 정치를 젊게 만들겠다면서 영입 인재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후보 마감 결과 지역구 등록 후보 1천118명 가운데 여성은 19%, 20·30세대는 6%에 불과하다. 비례대표는 직능대표의 성격을 가지나 많은 부분을 정당인이 차지하고 있다.

후보 순위를 보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으로 편 나누어 자기 사람들로 채워 놓았을 뿐이다. 국민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 유권자를 우습게 본 결과이고, 세계 정치가 젊어지고 있는 것을 우습게 본 결과이다. 그 결과는 우리의 장래를 밝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4·15 총선에는 역사적으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성정당이 판을 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속임수로 만들어진 정당과 집권 여당과 한패라면서 스스로 위성정당을 표방하는 정당까지 패거리를 만들어서 국민을 속이고 있다.

권력의 속성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치판을 개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모두 정치를 우습게 본 결과이다.

정치를 우습게 보고, 국민에게 갑질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투표다. 이에 선거가 잘못되면 국민은 진정한 호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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