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연 청주상당도서관 사서]‘권구현, 민병산, 신동문, 신채호, 오장환, 정지용, 정호승, 조명희, 홍명희, 신경림…’  열거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혀 생소한 이름도 있을 것이고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충북 문학의 토대를 이룬 문인들이다.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옥천하면 정지용, 괴산하면 홍명희’라는 도식 정도에 익숙할 뿐 이를 벗어나 우리의 관심과 눈 밖에서 멀어진 문인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현재 지역 작가 코너를 도서관마다 운영하고 있지만, 보유 권수나 시민들의 관심 정도가 미비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침 이런 현실에 경종을 울리듯 ‘잊혀진 우리 지역 문인들의 존재감과 그 소중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담은 한 권의 책을 발견하여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는 류정환 시인이 충북지역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그 감회를 서술한 기행문이다. 충북의 남단 영동부터 북쪽 단양까지 충북 출신 시인·작가들의 생가, 문학관, 시비(문학비) 등의 문화유적을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실었다. 문학적 자료 외에 충북 곳곳의 역사적 사실과 주요 설화들을 언급함으로써 인문지리서 성격도 겸하고 있다. 또 기행문이면서 편지글 형식이어서 독자들이 편히 읽을 수 있다.

충북 보은 출신인 류정환 시인은 충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2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시집으로 ‘붉은 눈 가족’, ‘검은 밥에 관한 고백’, ‘상처를 만지다’를 펴냈으며 지역의 작고문인을 기리는 사업에 참여해 왔다.

무관심은 그 자체로 감옥이다.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노래하다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시인·작가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더 많아지기를,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관심 위에 꽃피듯이 관심으로써 그들의 노래가 무관심의 감옥에서 풀려가기를 바라며.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의 시작부터가 마음을 울렸다. 무관심의 감옥에 갇힌 우리 지역 문인들에게 지금이라도 우리 마음속 관심 스위치를 켜보자. 그들이 쓸쓸하지 않도록 한창 피어나는 봄꽃처럼 관심이라는 꽃을 피워보자.

서로의 안위를 지금만큼 걱정했던 때가 또 언제인가 싶다. 어지러운 지금의 사태가 마무리되면 류 시인이 했던 것처럼 우리 지역의 남단부터 북쪽까지 문학유적 기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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