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불필요한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한다. 개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일시적 현상을 넘어 일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는 현재를 살고있는 인류에게 큰 아픔인 것은 분명하다. 암과 에이즈의 정복이 눈앞에 와 있고, 평균연령 100세가 허황된 꿈이 아닌 시대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감염과 사망은 인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가졌던 그 자존심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모래 위의 성은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희생을 치르고 난 후, 이 아픔은 예전에 그랬듯이 지나갈 것이며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개체로서의 인간이나 사회적 시스템으로서의 인류에게는 상처와 아픔은 늘 존재했고 또 극복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진화론적으로 적응과 진화로 표현되기도 하고, 신앙적으로는 고난과 시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쨌든 이 아픔은 큰 희생을 치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치명적 몰락이나 멸종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의 몸에 통증이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통증은 몸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악화되는 것을 경고해 주는 일종의 경보장치이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가 주는 인류시스템에 대한 아픔은 어쩌면 엄중한 경고이자 기회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다가 요즘 들어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학원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과 어쩔 수 없는 접촉이 많아지게 되자 이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갈등이 몇 달째 지속되면서 결국 폭발하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충분히 공감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의 생각도 든다.

가장 가깝게 지내고 사랑해야 할 가족 구성원들이 불과 몇 달을 함께 지내는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갈등을 넘어 폭력까지 이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아픈 일이다. 그동안 갈등이 없었던 상황, 그러니까 잘 지낸다고 여겨왔던 상태는 사실은 잘 지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아픔이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진짜 문제를 알게 된 것이다.

집은 자녀나 부모들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집이 불편하고 서로 회피하는, 그래서 차라리 학교와 학원으로 보내버리는 껍데기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적어도 사회의 가장 작으면서도 기초가 되어야 하는 가정에서의 숨어있던 아픔을 알아차리게 하는 고마운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방구석에서 잘 살아갈 수 있어야 밖에서도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법이다. 우리는 과연 이 아픔이 주는 경고에 멈출 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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