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코로나19 사태로 손자들의 3월 개학이 연기되자! “이참에 잘 됐다. 전원생활을 통하여 호연지기를 길러주자!”라고 작정하고는, 내 소년시절의 꿈이 서린 산골마을인 ‘영동읍 탑선리’로 외손자 ‘승기’와 외손녀 ‘승원이’를 데리고 간 것이 지난 2월25일이었다. 소위 ‘전원일기’가 시작된 셈이다.

10살 ‘승기’의 꿈은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여 ‘조종사’가 되는 것이란다. 6살 ‘승원이’는 생후 1년 만에 ‘고관절 시술’로 1년여 동안 기브스를 하고 지내는 등 엄청난 고생을 한 탓인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다. 주사를 맞을 때에도 울지를 않아서 주사를 놓는 의사들을 놀라게 한다.

좋은 이웃이 있으면 그만큼 행복하다. 마침 우리 아랫집은 멋쟁이 농가주택 인데, 베트남 댁 내외가 슬하에 아들과 딸이 하나씩 네 식구가, 하도 행복하게 살아서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부부는 ‘일심동체’로 화합하여 열심히 삶으로써, 다문화 가정으로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임을 느낄 수 있다.

외손자 ‘승기’보다 한 살 많은 맏딸 ‘유나!’는! 금년 영동 이수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그 아래로 ‘승원이’와 동갑인 6살 아들 ‘유희’가 있다. 아랫집 남매와 외손자 남매는 서로 오거나, 가거니! 네 명의 어린이는 ‘퀵보드’를 타거나, 술래잡기 등으로 즐겁게 뛰논다.

우리 집은 윗방만은 온돌방이라서 부엌에 나무를 때야 한다. 새벽마다 앞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거기에 삼겹살을 구워 손자들에게 주면 어찌나 잘 먹는지! 이게 행복 중에 행복이더라!

그런데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한 달이 되는 날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우리 집은 언덕위에 집인데, 아내는 씨멘트 20포를 언덕 아래에 하역해 놓았다. 1포에 40키로나 하는 것을 한 포씩 손수레로 끌어 올리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나는 짜증을 냈다. “승기야 얼른 나와 도와줘!”라고 아내가 소리를 치니, “예!”하고 뛰어 나오다가 마당에 있는 괭이를 밟는 바람에! 괭이자루가 튀어 그의 눈을 때리고 말았다. 눈물과 땀이 뒤범벅이 된 아내는 붉게 부어오른 승기의 눈을 부여잡고 어쩔 줄을 모른다. 세상이 일시에 암흑으로 변했다. 

부랴부랴 차에 태우고 영동의 안과 병원을 찾으니, “시력이 제로(0)이니, 속히 대학병원으로 가 보세요!”라고 한다. 아내의 가슴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대전 C대학병원으로 운전하는 내 가슴은 방망이질로 두근거린다. 한 순간의‘화’를 참지 못하는 못된 마음 때문에 빚어진 참극(慘劇)! 아내에게 짜증만 내지 않았더라도! 수만 가지의 회한이 엄습해 온다.

‘하느님 우리 승기 좀 보호해 주소서!’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다. 차가 대전 시내로 들어가니 “아파트가 보인다!”라고, 뒷자리에 있던 승기가 소리친다.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이제는 됐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마치니 “천운으로 다행입니다. 안압이 높으니 안정만 취하면 됩니다.”라는 의사 말에, ‘휴!’하였다. 지난 3월25일 나는, 한 번 성냄으로써 대낮에 날벼락을 맞아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내 몸에 불(火)을 지르는 것과 같다. 성내면 될 일도 안 된다. 일인장락(一忍長樂)이라! 한 번 참으면 오래토록 즐겁다. 나는, 내 생을 마칠 때까지 절대로 화를 내지 않겠다!”라고 단단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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