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삭막한 시멘트 벽돌, 높은 집들이 들어선 곳에 살다보니 항상 그리운 것이 있다. 그것은 자연의 향기로움이 풍기는 꽃밭을 가꾸고 싶은 욕망이다. 너무나 쓸쓸했기에 아내는 화분 꽃을 자주 사 날랐다. 어떻게 작은 꽃밭이라도 만들 수는 없을까.

집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래층에는 마땅한 땅이 없고 또 있다해도 그늘에 가려 식물이 자랄 수가 없다. 그래도 햇빛이 잘 드는 2층이 더 좋을 것이고 옥상은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2층 출입구 옆으로 공간이 있어 설래이는 내 마음에 용기를 더해 주었다. 비록 2층이지만 멋진 꽃밭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먹고 모든 지혜를 짜내어 청사진을 설계하고 일을 시작했다.

꽃밭 둘레는 나무무늬 인조석으로 둘리고 굴곡진 구비마다 멋진 돌을 쌓고 돌 사이는 회양목, 철쭉, 진달래를 끼워 심었다. 화단 흙을 채워가면서 창포, 부추, 도라지, 나리꽃, 야생국화를 화단가에 심었다. 조경사는 아니지만 그 옛날 듣고 본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첫해에는 볼품없는 꽃밭이었지만 2~3년 지나서부터는 돌 사이에 심은 꽃과 나무들이 가지를 버드며 무성해지고 화단 중심으로 철따라 심은 1년생 꽃들이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갔다. 꽃밭에 쏠리는 내 눈길도 가꾸는 손길도 더 자주 가게 되었다. 또 그렇게 자주 사 나르던 아내의 화분 꽃은 묘종을 사다 화단에 심는 취미로 바뀌었다.

2층 꽃밭은 세월 따라 상치, 총각무, 고추, 오이, 가지 등 채소를 심어 보는 즐거움에서 먹어보는 즐거움으로 바뀌어 갔다. 이와 같이 자연의 향기로움을 찾아가던 내 마음은 넓은 옥상으로 쏠렸다. 옥상은 바람도 잘 통하고 햇볕이 더없이 잘 들지만 식물이 자랄 흙이 문제였다. 그래서 화분재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화분안에 심어놓고 내손으로 가꾸자니 손끝의 예술이란 생각도 들었다. 손으로 쓰는 붓글씨, 머리로 창작하는 글짓기가 예술이라 한다면 분재 가꾸기도 그런 예술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생명을 다룬다는 면에서 어느 것보다 인간적이 아닐까 싶다.

무릇 세상을 살아감에 아름다운 즐거움이 어찌 꽃 가꾸는 일 뿐인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생명체가 풍기는 향기, 잎과 열매를 따먹어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으뜸가는 것은 내가 생각한 바를 만들고 길러내는 창조의 기쁨이라 생각했다. 꽃밭을 꾸미고 물과 거름을 주며 생명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없다면 그림책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주거환경도 자연을 가까이하는 친환경 시대로 변하고 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도시근교 농업이 IT와 결합해 스마트 농장으로 기업화 자동화 되고 있다. 도시의 주택도 시멘트 벽돌을 쌓아 고층빌딩화로 으스대지만 도심 속 일상으로 퍼지는 녹색기술은 취미·여가를 넘어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고 치유하는 힐링산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꽃밭을 만들고 옥상에 분재를 기르는 것이 나만의 취미라 할지라도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가족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정서순화가 아닐까. 그래서 누구나 자연을 즐기며 꽃을 사랑하고 까꾸며 산다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해도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마음의 길잡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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