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배도 짓고, 달구지도 만들고 그걸 뭘루 하려는 겐지…….”

심봉수는 무척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무 일을 벌이려는 건 아닌지…….”

장석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게도 다 복안이 있어 벌이는 일이니 봉수와 형님은 과히 걱정 마시오!”

최풍원이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달구지는 어디에 맡기려나?”

“달구지야 청풍 인근에서는 서창 봉화재 아래 차대길 어른이 달인이지.”

심봉수가 최풍원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장석이가 했다.

“화수야, 너에게는 내가 전해줄 말이 있으니 임방으로 나가기 전에 먼저 서창으로 가서 차 노인부터 만나주게. 그리고 형님과 봉수 자네는 아까 말한 일을 책임져 주게!”

상의가 끝나자 최풍원의 밀명을 받은 봉화수가 그 길로 차대길 노인을 만나러 서창으로 갔다.

서창은 북진에서 보면 강 하류 쪽에 위치한 역말과 나루가 있는 동네로 물길과 육로가 모두 발달한 곳이었다. 인근에 한수와 황강 같은 큰 마을의 그늘에 가려 퇴락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물길이 닿지 않는 월악산 남쪽 덕산이나 송계계곡의 마을들, 하늘재를 넘어 문경이나 동로 방면은 서창을 거치지 않고는 갈 수 없었다. 게다가 단양에서 수산을 거쳐 충주로 가려면 봉화재라는 큰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그 고개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이 바로 덕곡과 서창이었다. 그 길은 강원도나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가는 육로로 사람들이 거쳐야하는 큰 길이었다. 이런 육로뿐 아니라 마을 앞으로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 수운 또한 이용하기 좋은 곳이었다. 다만 높은 산과 고개가 있는 곳이라 포구가 발달할 여건이 약해 큰 배를 댈만한 나루가 없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리품을 팔며 육로를 주로 이용하였다. 마차를 짓는 공방이 서창의 주막거리에 있는 것도 사람들의 통행과 물산 유통이 주로 육로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노인장, 편안하셨소이까?”노인장

“조석으로 눈만 뜨면 보민서 갑자기 인사는 왜 차리는 거여!”

서창객주 황칠규가 마차쟁이 차대길 노인의 공터를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차 노인이 객쩍은 표정을 지으며 핀잔을 주었다.

“어르신, 청을 하나 넣으려 왔구먼유.”

“나 같은 늙은이에게 넣을 청이 뭐가 있겄느냐?”

“실은 여기 이 사람이 어르신한테 할 말이 있다 해서 같이 왔구먼유?”

황칠규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봉화수를 소개했다.

“저는 북진에서 온 봉화수라 하옵니다.”

봉화수가 선 채로 차대길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북진이라면 지척인데, 뉘 댁에서 오셨는가?”

차대길 노인이 북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누구네 집 손이냐고 물었다.

“저는 북진여각에서 일하는 사람이옵니다.”

“북진여각이라면 자네와 같이 장사한다는 그곳 아닌가?”

차대길 노인이 옆에 서있던 황칠규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요, 어르신.”

“그런데 거기서 내게 무슨 볼일이 있어 왔다는 겐가?”

“어르신, 저희 여각에 달구지 다섯 대만 만들어 주시구려.”

봉화수가 찾아온 연유를 고했다.

“아니, 달구지 다섯 대씩이나 뭐에 필요하디야?”

 마차쟁이 차대길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부자도 수레를 석 대 이상 가진 집은 없었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가 찾아와 한꺼번에 다섯 대씩이나 주문을 하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어르신, 어려운 청이 있습니다요.”

“무슨?”

“달구지 값은 반 년 동안 나눠 드릴 테니 달구지부터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뭐시여! 지금 늙은이를 앉혀놓고 농말을 허자는 겐가?”

차대길 노인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역정을 냈다.

“즈이 여각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무뢰한줄 알면서도 이리 청을 드립니다.”

봉화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을 했다.

“그쪽 피치 못할 사정이야 내 알바 아니고, 결국은 돈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차대길 노인이 정곡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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